타운내 대형 TV가 설치된 곳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즐기기 위한 손님들로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북적된다. 보통 스포츠 바 등에는 젊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포츠를 즐기고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서로 응원하는 팀을 함께 응원하는 재미도 있다.
타운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름 중년층을 넘은 5~60대들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타운내 식당을 자주 찾는 최모씨는 “내 나이 60을 넘겼지만 아직도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 소식은 내가 젊은 친구들보다 더 많이 알 것이다”라며 메이저리그 팬임을 자부했다.
지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다저스와 애틀랜타간의 경기가 열리던 날 최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최씨는 지인들과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타운내 한 식당을 찾았다. 제법 장사가 잘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식당에 설치된 TV는 한국 방송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씨는 종업원을 불러 메이저리그 경기를 틀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지인들과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야구를 함께 봤다.
1시간
2시간..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종업원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최씨는 항의해 다시 채널을 돌려 야구 중계를 끝까지 봤다. 4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기분 좋게 다저스 승리를 지켜본 최씨 일행은 80달러 식비와 팁 20달러를 놓고 식당을 나왔다.
최씨는 “손님들 나가라고 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매우 기분이 나빴지만 다행히 끝까지 볼 수 있었다”며 승리한 듯 말했다.
답답한 식당업주
식당 업주는 답답하다.
이날 채널권을 손님에게 빼앗긴 타운내 식당 업주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업주는 “코로나 사태로 거의 밑바닥까지 왔다. 이제 장사좀 할라 하니까 야구 보겠다고 3~4시간씩 앉아서들 계신다. 답답하다. 테이블이 빨리 순환되야 장사를 할 수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다른 곳에서는 채널을 돌릴 수 없다고 그냥 한국 방송만을 틀어놓는 곳도 있다”고 말하며 “어르신들이 모여서 야구 보는 것은 좋은 데 3~4시간씩 앉아 계시면 우리는 어떻게 장사하느냐?”라며 반문했다. 이어 “스포츠 경기는 타운내 술집이나, 스포츠 바 같은 곳에 가서 보시면 좋지 않느냐?”라고 말하며 “스포츠 바나 타운내 술집에서는 당연히 스포츠 경기를 틀어놓고 있고, 맥주와 안주 등을 꾸준히 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같이 식사가 위주인 식당과는 다르다. 그런 곳을 이용하는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탈락해서 더 이상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밝히고, TV를 아예 이참에 없애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타운내 또 한 식당의 업주는 “우리도 몇번 싸웠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시면 테이블을 닦고, 조심스럽게 손님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 식사를 마쳤으면 자리를 비켜주시면 좋겠다고 여러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이닝만 보고, 이번 이닝만 보고 라며 1~2시간을 훌쩍 넘기거나, 소주한병 시키면 되지? 라며 오히려 반색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인타운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타운내에서 늘 얼굴 마주칠 텐데 얼굴 붉히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도 밝혔다.
술집이 아닌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함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