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EBT 수혜자입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카드를 쓰는게 불편합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60대 한인 홍모씨의 이야기다.
홍씨는 “지난해 팬데믹 기간에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EBT카드도 신청했다”고 밝히고 “다행히 잘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EBT 카드를 쓰는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선 때문이다.
홍씨는 “한인마켓에 갔는데 앞사람도 EBT카드를 사용하는 데 캐시어가 굳이 잔액을 알려주더라”라고 말하고 “굳이 굳이 ‘EBT 카드 잔액은 얼마에요’라고 말해주는데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은 혹시 그런 일로 창피를 당할까봐 가지고간 현금으로 계산을 마쳤다고 말했다.
뭐가 창피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정작 자신은 불편하다는 것이다.
홍씨의 EBT카드 애로사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씨는 “다행히 처음 사용할 때 좋은 캐시어를 만나 캐시어가 정말 자세하게 이런저런 물건은 EBT카드로 계산할 수 있고, 이런 저런 물건은 계산할 수 없다”라고 자세히 알려줘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뭐가 감사한 일이냐 싶겠지만 홍씨는 또 다른 EBT 사용자의 경우를 보고 ‘좋은 캐시어를 만나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일화를 이야기했다.
한 마켓에서 캐시어가 한 어르신을 붙잡고 “EBT카드는 먹을 것만 사시는 거에요. 아셨어요? 먹는거 사는데 EBT 카드 쓰시라고 주는거에요”라며 면박을 주더라는 것이다. 그 어르신은 막걸리 한 병과 간단한 안주거리 등을 사는 듯 했다고 말하며 홍씨는 “EBT 카드라는 게 그런데 쓰라고 주는거 맞다. 다 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막걸리 한병 사시는 어르신에게 말하는게 맞나 싶었다”며 서운해 했다.
EBT 카드를 받는 곳이 있고, 받지 않은 곳이 있다. 대부분 EBT카드를 받는 곳은 EBT카드를 받는다고 입구에 써있다. 그리고 EBT 카드 수혜자들은 EBT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EBT카드를 받는 곳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런 캐시어의 면박을 받아도 덜 창피하기 위해 상당히 이른 시간 장을 보러 간다. 오전 일찍 9시도 전에 마켓을 다니는 시니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EBT 카드를 사용하는 한 한인은 “한인마켓에서 EBT 카드 쓰기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남들 시선도 있고 그래서 EBT카드는 될 수 있으면 외국 마켓에서 사용하고, 한국 마켓에서는 현금이나 다른 카드를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EBT카드는 일정수입이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가정에게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주는 식비보조금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많은 한인들이 직장을 잃고, 또는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EBT 신청 후 사용하고 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