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항공업계의 화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다. 2월 한국 공정위의 최종심사를 앞둔 가운데 초대형 항공사(메가캐리어) 등장 가능성에 관심이다.
31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월 중 전원회의를 개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양대항공사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결합 시 독점 노선 등으로 인해 시장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해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되 이 문제를 해소키 위한 시정조치 조건을 걸었다.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시장점유율 50%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29일 양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는 양사 결합시 여객 노선 중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독점 노선 10개를 포함한 상당수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가 예상되는 일부 노선의 슬롯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하는 조건을 내걸 방침이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을, 운수권은 항공기로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공정위는 슬롯·운수권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운임인상 제한, 공급·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노선은 예외적으로 이 같은 조치만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부 검토 후 지난 21일 기업 결합심사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각각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일부 독점 노선에서는 외항사 취항이 자유롭고, 외항사의 노선 진입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면 국제선 운항이 축소돼 초대항 항공사 출현은 어렵고, 즉 통합 항공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또 넘어야할 산이 있다. 우선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승인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이 불허를 한다면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심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EU는 엄격한 조건을 걸 가능성이 높다.
앞서 EU는 독과점을 이유로 캐나다 항공사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샛의 합병에 추가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코로나19로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에어캐나다가 인수를 포기했다. 또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 합병도 승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불허해 대한항공 기업결합 심사도 안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대형 항공사를 목표로 세운 대한항공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합병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2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양사의 합병과 관련된 논란을 의식한 듯 “우려의 목소리에도 세심히 귀를 기울여, 물리적 결합을 넘어 하나된 문화를 키워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접목 과정에서 때때로 작은 갈등이 생길지도 모르고 상처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머지 않아 이 때까지 볼 수 없었던 훌륭하고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변화하는 시장환경 적응과 통합 체제로의 안정적 이행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정에서 양사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변화에 대비해 나간다면 새로운 도약의 날은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