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시애틀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일부 차량에 도난 방지 기술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6일(현지시간) 킹5뉴스, 긱와이어 등에 따르면 시애틀시 검사 앤 데이비슨은 지난 23일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량 절도 급증으로 인한 국민 안전 우려를 알고 있었는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데이비슨 검사는 소장에서 “기아차와 현대차는 고객과 대중을 희생하며 비용을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경찰은 이미 확대된 자원으로 증가한 차량 도난 및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며 “이제 시애틀 납세자들은 절도 증가에 따른 부담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아차와 현대차는 그들이 만든 공공 안전 위험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시에 따르면 2021~2022년 기아차, 현대차의 도난 건수는 각각 363%, 503%나 증가했다.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 훔치기’ 챌린지가 유행한 바 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등에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훔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 타깃이 현대·기아차인 이유는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유독 많아서다. 기아에서 2011~2021년 생산한 일부 모델과 현대차에서 2016~2021년 제작한 일부 모델은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없다.
엔진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발산되는 암호 신호가 엔진과 일치해야 시동이 걸리는 도난방지 시스템이다. 이 장치는 열쇠 없이 차량 문을 열더라도 시동을 걸 수가 없어 효과적으로 도난에 대비할 수 있다.
범행에 나서는 청소년들은 이 같은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의 창문을 깨고 키홀더를 뜯어낸 뒤 USB 케이블 등을 이용해 시동을 걸고 차를 훔치는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모델은 엔진이모빌라이저를 고객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차주들은 곳곳에서 ‘결함이 있는 차를 만들어 팔았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 소유자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비자들에게 유료 보안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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