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렇게 덥나요?
LA로 관광온 한국인 가족이 대뜸 묻는 말이다.
김성수(가명)씨의 가족 4명은 지난 20일 한국에서 LA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2학년 아들이 함께 했다.
김씨는 “첫째가 중학교를 가게 되면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여름휴가는 오랜기간 힘들 것 같아 계획했다”고 밝히고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등 남가주 관광코스를 미리 사전 답사(인터넷)를 한 뒤 예약이 필요한 곳은 예약했다.
한인타운의 한 호텔을 예약한 김씨 가족의 여름 계획은 첫날부터 어려웠다. 폭염 때문이었다.
김씨는 “디즈니랜드를 다녀왔는데 오래 대기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했다지만 날씨가 적응하기 힘들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한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세번째 네번째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또 줄을 서는 것에 대해 불평 불만이 커기지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계획보다 일찍 몇몇 놀이기구는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바로 다음 날 이어진 유니버셜 스튜디오 투어에서 결국 사단이 났다.
놀이공원 대부분이 그늘 제공이 마땅치 않고, 그늘에 들어가 쉬었다가 다시 줄에 합류하자니 줄 서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결국 이날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낮 시간 내내 힘들게 버티던 김씨의 아내가 몸살이 났다.
김씨는 “아내의 체온이 39도 40도까지 오르니까 겁이 나더라”고 말한 뒤 “마땅히 병원을 갈 수도 없고 해서 호텔 프론트에서 약을 알려줘 타이레놀 해열제 사 먹고 주말 내내 아내는 누워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다행히 한인타운 한복판이어서 마켓을 가는것고, 음식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하고, 식당과 마켓에서 사온 음식으로 주말내내 호텔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한국과 다른 날씨, 연일 100도가 넘는 폭염이 익숙치 않았던 김씨 가족은 희망찼던 여름 휴가 중 가장 절정이어야 할 주말을 병간호로 시간을 보냈다.
김씨는 “이제 여행할 때에 도착지의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365일 날씨 좋기로 유명한 LA가 이렇게 더울줄은 몰랐다”며 아쉬워 했다.
김씨네 가족은 주중에 당일치기로 샌디에고와 헐리우드 그리고 개티 센터, 산타모니카 등을 방문할 예정인데 계속되는 더위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김씨는 “LA에, 아니 미국 처음인데 아파 드러누워 있는 아내를 보자니 나가자고 말하기 미안하고, 또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들을 보자니 이 역시 미안하고..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겠다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내는 자기를 호텔에 두고 아이들과 스케줄을 소화하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주말 내내 열이 오르락 내리락 했던 아내는 어느정도 열이 내리고 체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김씨 가족은 샌디에고 당일치기 여행을 포기했고, 산타모니카와 헐리우드, 그리고 게티 센터 등을 방문한 뒤 28일 귀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지난주에 비해 더 덥다.
김씨는 “사우나도 이런 사우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배낭에 짐은 가득 들었죠. 아이들은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관리하기 힘들죠.. 아내는 아프죠.. 이런 고생이 또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물통이 두어개 들은 배낭을 짊어졌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