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 세대들의 이른 취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신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MZ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밤 시간 활동을 줄이고 밤 9시가 되면 일찍 잠드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수면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인식하게 된 젊은 세대들이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LA에서 만난 한인 젊은이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USC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A씨는 “주말에는 그래도 꽤 노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스포츠 경기가 상당히 늦게 끝나는 영향이 있다. 학교 경기나 친구들이랑 함께 응원하는 경기를 보러 가면 꽤 오랜 시간 밖에서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와 관련해서는 강한 긍정을 나타내면서도 다른 이유를 내놓았다.
A씨는 “저녁에 나가는 거 자체가 겁난다”고 말했다. “늘 술집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나가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걷다 강도를 당하고 거리 곳곳에서 노숙자와 마주쳐야 하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도 절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보통 친구들하고 만나도 학교 안이나, 친구 집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 집에 있는 게 훨씬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LACC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 김군은 “저는 차도 없어요. 우버 타고 친구들하고 밥 먹으로 나갔다 오면 100달러나 들어요”라고 말하고, “저녁에 친구들하고 맥주한잔하고 밥 한끼 먹자고 100달러씩 써야 하는데 차라리 집에서 게임 한 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군은 “미국 물가가 미쳤다”고 말하고, “부모님에게 말하면 용돈을 더 받기 위해 거짓말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시며 미국 물가를 믿지 못하신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주로 학교 수업 후 도서관에서 있다가 귀가하고, 자유시간에는 보통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본다고 밝혔다. 비교적 일찍 귀가하기는 하지만 9시간씩 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대 초반의 직장인 김규호씨는 “치안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하며 “밤 시간대에 괜히 나갔다가 피해자가 될 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직장 선배가 저녁 한인타운에서 길거리 주차를 하고 저녁을 즐기고 나왔더니 차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고 전하고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고, 차 유리창 교체비도 만만치 않은데, 보험 처리도 힘들다고 하니까 황당하더라”라고 밝혔다.
기자에게 “한인타운에 나가보신 적 있으세요?”라고 오히려 되물은 김씨는 “한인타운 거리는 마리화나 냄새가 머리가 아플 정도며 괜히 시비 붙고 나쁜 일에 연루 될까 걱정이 돼 밤 늦은 시간 한인타운 외출은 최대한 삼가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저녁에 하는 회식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요. 점심때 간단히 맥주 한 두 잔하고 즐겁게 마무리 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라고 달라지 세태를 전했다.
김씨는 “윗 세대처럼 밤 늦게 까지 술 마시고 2차 3차 가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다음 날에 대한 부담도 있고, 업무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팀웍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하면 오히려 책만 잡힐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해 최근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