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월가를 뒤흔든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당사자인 한국계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연방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증권 사기와 시장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해당 판결에 대해 “법대로 살지 않으면 법에 의해 매우 엄중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날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채 재판장에 출석한 황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선고 전 법정에서 “저는 아케고스의 모든 직원들과 은행들, 또 은행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뉴욕 연방 배심원단은 사기와 공갈 등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고, 검찰은 그에게 징역 21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황씨가 “거짓말과 조작적인 거래 전략을 사용해 은행을 속이고, 주식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은 소수 증권 시장 가격을 왜곡해, 예측 가능한 붕괴로 인해 경제적 재앙을 초래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황씨 측 변호인은 “황씨가 어떤 은행에도 거짓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그의 거래 지시는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황씨가 투자 대상 주식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했기에 사기나 주가조작의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아울러 황씨가 고객 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투자했다고도 했다.
아케고스 창립자인 황씨는 아케고스 포트폴리오에서 증권 가격을 불법적으로 조작하고 투자은행 등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아케고스 자산 규모를 크게 부풀리기 위해 시세를 조작했고, 결국 대출기관에 100억 달러(약 13조99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것이다.
황씨와 아케고스는 2020년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등을 사용해 500억 달러(약 69조9350억원) 상당을 여러 은행 주식에 투자했다. 해당 금액은 당시 아케고스가 보유한 자산의 5배가 넘는 액수였다.
그러다 2021년 초 투자 주가가 급락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주가 급락 이후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며 큰 손실을 불러온 것이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이 이 사태로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사태로 55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위기설에 휩싸이다가 결국 자국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후 뉴욕남부지검은 2022년 4월27일 황씨를 최고재무책임자(CFO) 패트릭 홀리건과 함께 증권 사기 및 금융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황씨는 미국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알려진 타이거매니지먼트를 이끈 줄리안 로버트슨의 제자로, 월가에서는 ‘새끼 호랑이(Tiger Cubs)’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로버트슨의 지원을 받아 ‘타이거아시아 매니지먼트 LLC’를 설립했다.
당시 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최고 5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의 헤지펀드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중국 은행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4400만 달러 벌금을 물기도 했다.
빌 황은 이후 아케고스캐피털을 설립하며 재기했지만 ‘마진콜’ 사태로 월가의 공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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