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연방 당국의 이민단속이 본격화될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한인 사회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민 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한인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불법체류 신분 직원들이 대거 출근하지 않아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가 하면 한인 교회들에서는 불법체류 신분 교인들이 출석하지 않는 등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인 업체들, 불체자 직원 집단 결국 비상
LA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을 운영하는 한인 방모 씨는 “지난 트럼프 1기 때도 불체자 직원들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벌써 불법체류 신분 직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연락도 닿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의 한인 사장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이렇게 빠르게 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불법체류 신분 직원들이 이민단속을 우려해 대거 출근을 거부하거나 자취를 감추고 있어 일부 한인 업체들은 인력 부족으로 업체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체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저임금이라는 달콤함때문이다.
방씨는 “사실 LA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모두 주는 것이 법적으로 맞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이 소개해 준 불법체류자는 기존 월급의 한 절반 정도만 줘도 되니 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직원을 새로 고용해야 하고 지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든업을 하는 한인 A씨는 “사실 지난해부터 불체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해 노동법 변호사를 만난 직원 중 한 명이 같이 일하는 불체자들을 모두 소개해줘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는데, 불법이민자 색출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주 부터 불체자 근로자들이 모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는 월급으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아예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이 나오지 않아 다른 직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장 진행중이던 일이 여러개 있었는데 늘어지게 됐다”고 하소연했
방 씨는 “LA의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체자들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급여로도 고용할 수 있어 업주들이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특히 불체자들은 노동법을 잘 알지 못하고, 고용주에게 종속적인 경우가 많아 노동 환경이 불리한 조건에서도 묵묵히 일해 왔다. 하지만 이번 단속으로 인해 이러한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요식업·건설업·가드닝 업계, 충격
불법체류자가 많이 일하는 업종 중 하나인 요식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인 식당업주 B씨는 함께 일하는 한국분이 있는데 서류미비자여서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하고, “일단은 잘 출근하고 있는데 불안해 한다”고 말하고, “일단 일하는 데 까지 함께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B씨는 “불체자를 고용한 업주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인 사회 불안감 확산… 교회도 변화 감지
불법체류 신분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이 LA에서도 현실화 되면서 한인 사회 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한인 교회에서는 예배 참석자가 줄어드는 등의 예기치 않았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교인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목사는 “학교, 교회 등 단속이 이어진다는 소식에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과 가드닝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드닝 사업을 운영하는 한인 B 씨는 “불법체류 신분 직원들이 갑자기 나오지 않아 일손 부족이 심각해졌다”며 “급여를 더 주더라도 합법적인 노동자를 구해야 하는데, 새 직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LA 한인 사회와 한인 업체들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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