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심리학, UCLA 임상심리 박사 출신’으로 알려지며 한국에서 인기를 끈 심리학자 김민지씨가 학력 위조 및 무자격 진료 의혹에 휩싸였다.
김 씨는 현재 자신의 SNS 계정을 전면 폐쇄한 상태이며, 캘리포니아주 심리학 위원회(Board of Psychology, BOP)에는 실제로 그녀의 미국 내 면허 사용과 해외 유료 상담 활동에 대한 민원까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1월 한국에서 출간된 책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길벗)로 한국 내 부모 교육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책 홍보 자료에는 김씨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뇌과학 학사를, UCLA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공인 임상심리사(LCP)로 활동 중이라는 약력이 담겼다.
하지만 SNS상에서 한 이용자가 “해당 인물의 논문은 어떤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김 씨는 활발하게 운영하던 모든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폐쇄한 상태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씨의 저서를 출판한 한국 출판사 길벗측은 한국에서 ‘하버드·UCLA 출신 미국 공인 임상심리사’로 대중적 명성을 얻었던 한인 심리학자 김민지 씨의 학력과 경력, 그리고 저서 추천사 모두가 허위로 확인됐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출판사측은 김 씨가 자신의 책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를 통해 자신을 미국 명문대 출신 전문가로 포장해왔지만, “저자의 이력과 추천사 모두 검증되지 않은 허위였다”고 인정했다.
길벗출판사는 이날 공개한 입장문에서, 김민지 씨가 책에서 밝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뇌과학 학사, UCLA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는 모두 사실과 다르며, 학위 및 논문 검색은 물론 저자 본인이 운영해온 사이트, 인터뷰 등에서 사용한 한글/영문 이름의 일관성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또한 김 씨가 책 홍보에 사용한 세계적 석학들의 추천사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책에서 하워드 가드너(하버드대), 데이비드 카루소(예일대), 딘 키스 시몬튼(UC 데이비스) 교수의 추천사를 실었으나, 이들 인사와의 실제 접점이나 추천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길벗은 “출간 계약 전 해당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구글, 링크드인 등에서 검색했으나 확인이 어려웠다”며, “저자가 2018년부터 활동한 SNS와 유튜브 채널 등에도 학위 이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출판사는 해당 도서의 모든 판매를 중단하고, 시중 유통된 물량의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김민지 씨는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학부모 대상의 심리 콘텐츠를 제공하며 책을 홍보해왔으며, 현재는 관련 계정들을 폐쇄한 상태다. 출판사는 김 씨와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다며 “저자와 협의해 법적 책임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앞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심리상담 무자격 진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 심리학 위원회(BOP)에는 한인이 직접 민원을 제기해 김 씨가 정식 면허 없이 뉴욕, 런던, 독일 등지에서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한인은 SNS에서 캘리포니아주 BOP에 공식 민원을 접수했다며 김 씨가 한국에 거주하면서 미국 뉴욕, 캐나다, 독일, 영국, 모나코 등 정식 면허가 없는 지역의 내담자에게 Zoom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료 심리상담과 평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이는 윤리 규정과 관할권을 침해하는 불법 진료”라며 BOP에 조사를 요청했다.
캘리포니아는 심리학자가 해당 주 외 지역에서 진료를 하려면 그 지역 법에 따라 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국가 또는 주의 보건법에 저촉될 수 있다. BOP는 현재 민원 여부나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김 씨가 책 홍보에 사용한 교수 추천사들도 허위 논란에 휩싸였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 예일대 감성지능 전문가 데이비드 카루소, UC데이비스 심리학과 딘 키스 시몬튼 교수의 이름이 책 띠지와 홍보문구에 사용됐으나, 해당 인물들이 실제로 추천사를 제공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다.
한 한국매체 보도에 따르면 출판사 길벗은 지난 9일 “저자 이력 사항에 대한 논란을 인지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 해당 도서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주요 서점에서는 종이책 판매가 중단된 상태지만, 일부 전자책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검색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 씨는 책 출간 직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과학 기반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으나, 현재 해당 인터뷰 기사 대부분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계 일각에서는 “출판사가 저자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신건강 전문가의 윤리와 자격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