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9일 LA 다운타운의 한복판에서 한인 의류업체 ‘앰비언스 어패럴(Ambiance Apparel)’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을 받았다. 이 회사에서만 40명이 넘는 이민자 노동자들이 체포되었고, 이는 지난 주말 LA 전역을 뒤흔든 시위와 주방위군 및 해병대의 배치로까지 이어진 대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앰비언스 어패럴에서 18년을 일한 floor 매니저 호세 오르티즈 역시 이 날 체포됐다. 딸 사라이 오르티즈는 그 장면을 회사 주차장 앞에서 직접 목격했다.
“평생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면,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요.”
– 사라이 오르티즈
앰비언스는 1999년 설립된 한인 소유의 대형 의류 도매업체다. 대표인 노상범(Ed Noh) 씨가 이끄는 이 회사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의류를 수입해 미국 전역과 멕시코 소매업체 등에 공급해왔으며, 월마트나 아마존 등에서도 제품을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LA 한인 커뮤니티에서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방 당국의 시선은 달랐다. 앰비언스는 2014년 패션 디스트릭트 자금세탁 수사에 연루되었고, 2020년에는 수입의류 신고가 조작 및 탈세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되었다. 회사는 돈세탁, 음모, 관세 회피 등 8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노 대표도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압수된 현금만 약 3,6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앰비언스는 여전히 수백 명의 이민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가족 같은 회사’로 불렸다. 노 대표는 직원들의 생일마다 손편지와 선물을 챙기고, 대학 등록금이 부족한 직원 자녀에게는 학비를 지원했다. 오르티즈 역시 법원에 보낸 탄원서에서 “아이들이 대학에 다닐 수 있었던 건 노 대표와 회사의 도움 덕분”이라고 썼다.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회사는 저에게 돈을 빌려줬고 조금씩 갚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어요.”
지난 금요일의 급습 이후, 체포된 노동자 가족들은 거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일부는 한 번 통화한 것이 전부이며, 변호사조차 접견이 거부되었다고 한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오악사카(Oaxaca) 출신의 자포텍(Zapotec) 원주민 공동체 출신으로, LA에서 서로를 돕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이다.
이민단속을 규탄하는 시위는 주말 내내 LA 전역에서 벌어졌고, 이번 단속 과정에서 전미 서비스노동자연맹(SEIU)의 노동운동가 데이비드 우에르타도 체포되었다가 5만 달러 보석금으로 석방되었다.
몬세라트 아라솔라는 체포된 아버지 호르헤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학생인 그녀는 “가족 외출로 볼링을 갔던 마지막 주말이 자꾸 생각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 모든 시간을 쓰는 분이에요. 너무 보고 싶어요.”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인 카를로스 곤살레스는 형 호세가 체포되던 날 회사로 달려갔지만 혼란 속에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형이 수감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치소를 찾아가 스웨터라도 전달하려 했지만, 이미 산타아나로 이송됐다는 말만 들었다. 지금은 가족이 형의 반려견 ‘커피’를 돌보고 있다. 커피는 주인이 없자 밤새 울었다고 한다.
“형은 그저 일하던 사람이에요. 이건 너무 비인도적이에요.”
앰비언스 측 변호인 벤자민 글럭은 “회사는 합법적인 고용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번 수색의 경위에 대해 연방 당국에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라이 오르티즈는 아버지의 체포 이후, 아직도 앰비언스 주차장 앞 철창 앞에 서 있다. 그녀는 말한다.
“아빠는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그냥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이민정책이 또다시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짓밟고 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한 한인업체와 수십 명의 ‘노동하는 이민자’들이 서 있다.
<정리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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