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난 여자야”라고 주장한 한 남성이 여성 전용탕에 들어가 논란이 일었고, 이 사건이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 성별 인정 법률 해석까지 뒤엉키며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다시 한 번 성별 정체성과 공공시설 이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돼 지난 2021년 LA 한인타운 위스파(Wi Spa)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논란의 발단은 한 사용자가 “찜질방에 누가 봐도 남자인 사람이 여자라고 하면서 여탕에 들어갔다”는 경험담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SNS에 처음 사건을 제보한 사용자는 “찜질방 여탕 안에 누가 봐도 남성인 사람이 ‘나는 여자’라고 주장하며 들어왔고, 팬티만 입은 채 여성들 앞에서 돌아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탕 안까지 들어와 여성들을 뚫어져라 쳐다봐 수치심을 유발했다”며 “여성들이 놀라고 당황해 항의했지만, 찜질방 측은 캘리포니아 주법상 성별을 이유로 퇴장을 요구할 수 없다며 제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 사람은 아직 성전환 수술도 하지 않은 상태로 팬티만 입고 있었다”며 “다른 여자들은 모두 나체였기 때문에 큰 충격과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사용자는 그 사람이 공동 탕 안까지 들어와 여성들을 응시하며 불편함을 줬다고 주장했다.
여성 이용자들이 항의하자 찜질방 측은 “캘리포니아 법에 따라 성별을 이유로 입장을 막거나 퇴장 시킬 경우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가 스스로 여성이라고 주장할 경우, 외형적으로 남성이더라도 여성 공간 이용을 제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제재 시 차별로 간주돼 소송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연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한 댓글 작성자는 “외형상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믿고 싶은 성별을 따라야 하는 시대”라고 했고, 또 다른 댓글은 “진짜 트랜스젠더인지, 법을 악용하는 변태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캘리포니아 인권법과 다수 이용자의 안전·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특히 2021년 LA 위스파에서의 ‘노출 트랜스젠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한 성전환 수술 전 트랜스젠더가 여성탕을 이용한 사건이 알려지며 한인타운과 주류 사회 모두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시위와 폭력 충돌로까지 번졌고, 이후 “여성 전용 공간에 대한 접근 권리와 제한의 기준이 어디까지여야 하는가”를 놓고 미국 전역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캘리포니아주 인권법은 성정체성과 성별 표현을 기반으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성전환 여부나 의료적 수술 유무와 관계없이 개인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캘리포니아 찜질방 사례 역시 단순한 민원이나 해프닝으로 치부되기 어려운 이유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진짜 트랜스젠더인지 법을 악용하는 변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해자가 다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정체성 존중과 공공질서 사이 균형을 찾는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설 이용 문제를 넘어, 성소수자 권리 보장과 다수 이용자의 안전 및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복잡한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찜질방과 같은 민감한 공간에 한정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스파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이와 같은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제도적 해석과 세분화된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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