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단속에 제동을 건 연방 법원의 임시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요원들이 6일 오전 맥아더파크 인근 홈디포에서 또 다시 대규모 이민단속을 실시했다.
이날 단속은 한인타운 인근 맥아더파크에서 약 3블럭 떨어진 홈디포 주차장에서 오전 7시경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현장에는 연방 요원들이 탑승한 흰색 밴과 펜스키 렌터카 트럭이 동원됐으며, 평소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길거리 노점상들은 단속 직후 자리를 급히 떠난 모습이었다.
현장 사진을 공개한 이민자 권익 단체 ‘Unión del Barrio’는 “연방 요원들이 신분을 숨기고 불시에 들이닥쳐 단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빌 에세일리 연방 검사장 대행은 이날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단속 작전이 진행됐음을 확인하고 “연방법 집행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어디에도 연방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피난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단속에서 총 16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DHS)도 성명을 통해 이번 작전의 이름이 ‘트로이 목마(Trojan Horse)’였으며, 체포된 이들은 과테말라, 멕시코, 온두라스, 니카라과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A시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지난달에도 이민단속 요원들이 맥아더파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것을 “위협적인 무력 과시”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배스 시장실은 “연방 요원들이 신분을 숨긴 채 단속을 벌이더니 이제는 렌터카 트럭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위험하며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방법원은 외모나 언어, 위치만을 근거로 사람을 멋대로 검문·체포하는 것은 위헌임을 분명히 했다”며 “시는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럭 제공업체 펜스키도 이날 성명을 통해 “당사의 트럭 화물칸에 사람을 태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금지되어 있다”며 “연방 정부가 자사 트럭을 이용한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승인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펜스키는 국토안보부 측에 엄정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단속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종교계 인사들은 다운타운 연방청사 앞에서 시청까지 이어지는 ‘여리고 행진(Jericho March)’을 열고 “모든 가족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이민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연방 법원은 LA와 인근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이민단속에 대해 제4차 수정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임시 금지 명령(TRO)을 유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을 이끈 남가주민권연맹(ACLU SoCal)의 선임 변호사 모하마드 타즈사는 “지난 주말부터 계속된 이민단속은 법원의 명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 목격자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있으며,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법원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방 정부는 인종차별적 대규모 추방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헌법까지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