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 년 동안 풍경과 추상의 경계를 탐구해온 최 작가는 이번 연작에서 가장 한국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과 일상적인 생명체인 꽁치를 결합해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구축했다.
작품 속 한글 자음과 모음은 더 이상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에 머물지 않는다. 직선과 원, 각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화면 곳곳에 분산되면서 독립적인 조형 요소로 변한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꽁치다.
최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꽁치는 식탁 위의 익숙한 생선이 아니라 빛과 움직임을 품은 생명체로 표현된다. 은빛 몸체가 여러 겹의 붓질과 만나면서 물속을 빠르게 유영하는 듯한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특히 문자와 꽁치라는 서로 전혀 다른 소재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다시 어우러지는 것이 이번 연작의 특징이다. 단단하고 절제된 한글의 구조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형상이 대비되면서 정적인 질서와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난다.
일부 작품에서는 강렬한 노란색이나 짙은 검은색 화면 위에 한글 자모가 흩어져 있고 중앙에는 꽁치의 형상이 겹겹이 중첩돼 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화면 전체를 채우고 그 사이에 한글 자모가 배치돼 문자와 생명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최 작가에게 훈민정음은 단순히 한국을 상징하는 소재가 아니다. 점과 선, 원과 각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배열하면서 문자 자체가 지닌 시각적 가능성을 회화로 확장하고 있다.
꽁치 역시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화면에서는 은빛 반사와 군집, 움직임을 통해 생명의 지속성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존재로 변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풍경과 추상을 오가며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해온 최 작가가 ‘문자’와 ‘생명’이라는 두 축을 통해 새로운 단계의 작업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갤러리 웨스턴에서 열린다.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10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마련된다. 전시 장소는 갤러리 웨스턴(Gallery Western·210 N. Western Ave., #201, Los Angeles)이다. 이번 전시는 호프 앤 피스 파운데이션(Hope and Peace Foundation)이 후원하고 갤러리 웨스턴이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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