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매체가 유가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우려를 표했다.
민변 ’10·29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은 14일 입장을 내고 “개인정보보호법이 민간을 포함한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처리에 있어 ‘동의’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TF는 “일부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개인의 인격과 내밀하게 연결된 프라이버시의 공개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희생자 유가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사회적 추모와 연대를 목적으로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TF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개된 ’10·29 참사’ 희생자의 명단이 확대, 재생산 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요청한다”며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한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일부를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정치화된 언론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의 정당성은 하찮게 여겨도 되는 것인지 묻고싶디”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족의 고통, 국민의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에는 어느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탐사의 게릴라전과 시민언론 민들레의 정규전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얼하는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이냐. 그들은 이미 언론이 아니라 정치집단 그 자체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언론의 자유를 위해 그들이 그렇게 싸웠던 그 괴물을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이제라도 역사의 거울 앞에 스스로를 비춰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란 게시물에 다수 인명을 적어 올리면서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해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이야 말로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또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도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