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개 지역구 경선에서 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은 그야말로 괴멸 수준인 반면, 강성 친명 인사들은 무더기 공천을 받았다. 4·10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비명횡사’ 파동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오후 발표된 민주당 4~6차 경선지역 개표 결과, 강성 당원들이 대거 친명 인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명계 지역구 현역 7명이 무더기 탈락했다.
3선 중진 박광온(경기 수원시정)·전혜숙(서울 광진구갑) 의원, 재선 강병원(서울 은평구을)·김한정(경기 남양주시을)·정춘숙(경기 용인시병), 초선 윤영찬(경기 성남시중원구)·이용빈(광주 광산구갑) 의원이 줄줄이 패배했다.
현역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아 ‘득표수 감산 페널티’를 받은 김한정 의원은 끝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고, 윤영찬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자객 출마’ 논란을 빚은 강성 친명 이수진 비례대표와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에게 각각 낙천의 고배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비명계 중진 박광온 의원도 ‘충격패’를 당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대표적인 친문 핵심으로 분류된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충북 청주상당구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살아 돌아온 비명계 인사는 사실상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 한 명뿐이다. 신 의원은 친명 김의겸 비례대표를 꺾고 본선행에 올랐다.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1차 경선 패배는 면했으나 정봉주 전 의원과의 결선이 남았다.
경선 결과 발표 후 당 안팎에선 당혹감이 섞인 반응이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문자 메시지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결과가 이렇게까지 참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공천 국면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이 정도 결과를 보고도 민주당 지도부가 비명횡사란 말을 부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이 사실상 현실화되면서 남은 총선 기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들이 당장 ‘탈당 러쉬’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경선에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돕겠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기도 했다.
공천 파동을 수습하고 정권 심판론으로 총구를 돌리려 했던 당 지도부 전략도 쉽게 풀리진 않을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내주 조기 선대위를 띄우고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전환해 공천 국면을 넘어가겠다는 구상이었으나, 비명횡사 논란이 또 다시 터지면서 계파 내홍을 쉽게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 결과를 ‘대쇼크’에 비유하며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선관위 경선결과 발표 후 페이스북에 “오늘 당의 주인은 당원임을 확인한 날이다. 당원이 변화를 만드는 위대한 당”이라고 적었고, 남양주갑 공천을 확정지은 최민희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혁명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