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상자 14명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시민들을 극한의 공포와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림동 흉기 난동’에 이어 불과 2주일 만에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무차별 테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A(23)씨는 이날 오후 5시50분께 경차를 몰고 서현역 앞 인도로 돌진, 다수 보행자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차에서 내려 역사로 걸어 들어간 다음 AK플라자 쇼핑몰 1·2층을 누비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차량 충격으로 5명이, 흉기 테러로 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5분께 A씨를 현장에서 검거한 뒤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A씨는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함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불과 2주 전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당시 온라인을 통해 피의자 조선(33·구속송치)의 범행 영상이 퍼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서현역 쇼핑몰 내에서 벌어진 잔혹한 영상과 사진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상 속 A씨는 검은색 후드티 차림에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거침 없이 시민들을 공격했다.
퇴근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은 서현역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고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신림동 사건처럼 골목길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 앞에서 무차별 테러가 발생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당장 내일 출근길부터 불안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신림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민 불안을 더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36)씨는 “신림동 사건 이후로 인터넷에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앞으로는 그런 뉴스만 봐도 겁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4)씨는 “‘인터넷에서 방탄조끼라도 사서 입고 다녀야 하나’ 했던 지인의 농담이 더 이상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긴급히 소집, “사실상 테러행위”라며 “구속을 비롯해 가능한 처벌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국민들은 길거리를 나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가질 정도”라며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