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밤부터 남측 전역으로 오물풍선을 날리고 있다. 경상도 등 우리나라 남측 지역에서도 대남 풍선이 발견되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의 대북 전단 살포 대응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으로 대남 풍선이 날아간 것은 타이머를 활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수년 전 북한이 우리 측에 풍선을 날렸을 때와 비교해 풍선 재질이 좋아졌고, 풍선에 타이머를 세팅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우리 군이 식별한 북한 오물풍선은 260여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금껏 하루새 북한이 남한에 날린 풍선개수 중 가장 많다. 군은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을 출동시켜 풍선과 내용물을 수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 북한이 연간 1000개 정도의 풍선을 살포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당시와 비교해 1/5에 달하는 양을 하루 만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떠 있는 풍선은 없다”며 “오늘밤까지 더 이상 날아오는게 없으면 살포를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대남풍선을 포착한 것은 28일 밤 9시경부터였다고 한다. 군은 당시 남한에 풍선을 보내기 좋은 바람이 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풍선 재질 좋아지고 타이머 영향으로 전국 살포
대남풍선은 무엇보다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따라서 지난 밤 북한이 북풍이나 북서풍 등이 부는 시점을 골라 우리 측으로 풍선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의 오물풍선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북 영천, 경남 거창에서도 오물풍선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군은 북한이 대한민국 전역에 풍선을 살포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북한이 그 정도의 능력도 갖추고 있지도 않고, 설령 우리 군이 계획한다고 해도 특정 지역에 보내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이번 오물풍선에 타이머를 달았는데 풍선을 터지게 하는 타이머가 제때 작용하지 않아 우리나라 남측까지 날아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북한의 풍선 재질이 지난 2016년과 비교해 더 좋아져, 중간에 터지지 않고 멀리까지 날아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풍선은 공중에서 타이머 장치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오물풍선 대응
북한은 이번 대남풍선 도발은 우리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오후 11시께 인천 강화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폭언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30만장,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000개를 20개의 애드벌룬으로 날려보낸 바 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오물풍선 살포, 남한 내 갈등 부추길 목적도
북한의 이번 풍선 도발은 남한 내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지난 28일 밤 오물풍선을 날려보낸 뒤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는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해당 문자에는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오물풍선을 보낸거 가지고 왜 잠을 깨우냐’, ‘공습(Air raid)이라는 표현에 불안했다’는 등 군을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휴전국이다’, ‘오물이 뭔지도 모르는데 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은 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북한이 이번에 날린 오물풍선에는 말 그대로 쓰레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 악취를 풍기는 거름과 담배꽁초, 헤진 신발 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변 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남전단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대남심리전 담당 ‘대적지도국’ 주도 하 살포한 듯
북한의 이번 도발은 북한의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통전부)에서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전부는 1978년 설립된 북한 노동당의 대남 기구로 남북회담, 경제협력, 대남심리전 등을 폭넓게 수행해 왔다.
북한은 최근 통전부를 ‘대적지도국’이라는 명칭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풍선을 날려보낸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만이다. 북한의 대남풍선은 민가지역 뿐만 아니라 공항, 고속도로 등에 낙하될 수 있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차량 및 주택(지붕) 등이 파손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군은 어제 야간 최초 식별시부터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언론을 통해 공지했다. 현장 부대는 경기·강원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대국민 안전문자 발송을 지자체에 요청했다.
우리 군은 국토부, 행안부, 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엔사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