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대라는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액이 나온 데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 메모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이 사돈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대가로 갖고 있던 약속어음과 김 여사의 메모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300억’, ‘최 서방 32억’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내용은 30여 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노 관장 측은 선친이 건넨 비자금을 최 전 회장이 증권사 인수 및 SK 전신 선경그룹 사업,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당시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등 각종 유무형의 혜택을 받은 바가 전혀 입증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발판이 됐고,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원 등이 SK가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성공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한 재판부는 1심 재산분할액 665억원을 1조3800억원대로 올렸다. 이는 국내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액수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재산 분할 대상에는 혼외자의 학비, 최 회장이 모친으로부터 받은 예술품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