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6일 전당대회 몸싸움 사태 다음날까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최악의 전당대회’라는 비판에 기름을 붓고 있다.
원희룡·한동훈 후보는 전날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벌어진 몸싸움 사태와 상대 캠프간 관련성을 주장하며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지만 상대 캠프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원·한 후보가 전당대회 기간 보여준 마타도어 등으로 당이 분열해 발생한 사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에 상처가 될 사태를 수습하는데 힘을 보태기 보단 원·한 후보를 공격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심지어 한 후보가 대표로 선출될 경우 친윤(친윤석열)계가 당 대표의 ‘조기 낙마’를 모의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 15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장에서 한 유튜버는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 치다가 경호원과 당직자에게 제지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유튜버는 한 후보 지지자와 충돌하다가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
한 후보 측은 해당 유튜버가 원희룡 후보 측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후보 측은 1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선관위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을 휘둘렀는데 그 경위를 당 차원에서 조사하고, 만약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으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며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고 폭력 행위인데 ‘좋은 게 좋은 거다’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같은날 언론 인터뷰에서 “자꾸 상호 충돌, 상호 비방으로 말씀하는데 제가 하나라도 네거티브를 한 게 있나”라며 “원 후보의 지지자들이 제게 연설 방해를 했던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당으로서 앞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 후보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 후보 측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이 상대 후보 지지자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며 한 후보 측을 폭행 주체로 지목했다.
원 후보 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선관위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한 후보측은 원희룡 후보측의 책임인양 허위사실까지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후보는 어떤 형태의 폭력에도 반대하며, 당 선관위는 즉각 수사의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한동훈 지지자 충돌 한동훈 배신자” 외치고 육탄전
원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몸싸움 주체로 자신의 지지자를 지목한 것에 대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며 “그러나 타 후보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또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한 바 있다.
선관위는 모든 후보 캠프에 지지자들에 대한 각별한 주의 관리를 요청하는 ‘합동연설회 시 선거운동 방법 준수 및 공정 경선 요구’ 공문을 발송하고 해당 인사들에 대한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나경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어쩌면 지금의 모습은 예정됐던 필연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하다”며 “한 후보의 출마 자체에 엄청난 분열과 파탄의 원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 한 번은 참았어야 할 후보가 너무 큰 혼란을 몰고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황당하기 짝이 없는 헛발질 마타도어,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끼얹었다”며 “지금 한동훈 캠프 수석 응원단장이 바로 원희룡 후보다. 원 후보는 절대로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페이스북에 원 후보와 한 후보를 겨냥해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변질시키고 화합과 비전의 메시지 대신 서로 밀치고 삿대질하는 난장판, 분열과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한 후보는 채상병 사건 특검 도입과 김건희 여사 문자 사건 등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했고 원 후보 역시 공약과 비전보다 한 후보에 대해 의혹 제기에 몰입하며 상호 비방과 난타전을 초래했다”고 했다.
게다가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친윤계가 흠집을 잡아 조기 낙마를 모의할 것이라는 이른바 ‘삼일천하 김옥균 프로젝트’라는 내용이 속칭 ‘지라시(소문을 적은 쪽지)’를 통해 돌았다. 지라시에서 모의 주체로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지목됐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유포자와 배후를 경찰에 고소하며 강경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