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인구 위기에 대응할 부처를 신설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결혼과 출산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문제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결혼과 출산의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일까?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금전적 지원을 한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최근 프랑스 언론들이 한 국내 여성 유튜버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조명한 기사를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여행·경제 크리에이터이자 명상 지도자인 신아로미(seen aromi·37)는 남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 외국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았던 그는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도시 대신 시골 마을에 정착했다.
그는 조부모가 한 때 거주하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살며 영상을 통해 요가, 명상 등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미혼 여성이 혼자 시골 생활에 적응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구독자 수는 최근 20만명을 넘었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을 ‘비정상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신아로미는 ‘혼자 사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큰 지지를 얻었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라는 에세이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최근에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결혼을 안한게 내 가장 큰 성취”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와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신아로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결혼을 해서 지금보다 행복해져야 결혼을 할텐데 결혼을 하면 더 불행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여자들의 경우 육아도 하고 직장도 다녀야 한다. 아이를 가졌을 때 다시 복직할 수 있느냐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는 계속 ‘돈 줄테니까 결혼해’라고 한다. 그런데 내게 스스로 묻는다. ‘1억원 줄테니까 결혼할래?’ 답은 ‘아니요’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애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이 아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행복해진 다음에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획일적인 삶의 모습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프랑스는 비혼·미혼 여성의 출산율이 60% 이상인데 한국은 2.2%로 제일 낮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결혼을 안 하더라도 아이만 낳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그걸 받아들이고 얘기할 준비가 안 됐다”고 언급했다.
AFP는 “전문가들은 성장 정체, 비싼 서울의 집값, 취업 경쟁과 같은 경제적 요인들 때문에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결혼과 육아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훨씬 넓은 문화적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고, 동성 결혼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기혼 여성들은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남성에 비해 가사와 육아에 3.5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정도로 한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상태”라고 짚었다.
사실 신아로미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독일인 남자친구와의 일상을 담은 국제커플 콘텐츠를 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결혼을 하거나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게 인생의 목표였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의 시골에서 자신이 원하던 삶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의 삶의 모습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부부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이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아로미는 “내가 꿈꾸며 설렜던 미래는 내가 과거에 누군가로부터 영감과 용기를 받았던 것처럼 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여주는 일이었다”며 “그리고 오랜 시간 놓지 않던 내 꿈을 아주 천천히 이뤄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게 내 인생에서 했던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인생일 뿐이다. 당신도 나처럼 살아야 옳다는 말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