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집회 주도적 역할’ 2030 여성에 경계, 페미니즘 반발
“온라인 영향 많이 받는 세대…’직접 해보자’는 특성도 작용”
대다수 청년 향한 비판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의 중심축으로 지목된 극우 유튜버. 그 곁에는 젊은 남성들이 있었다. 지난 19일 법원에 난입해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앞장선 이들 중 대다수가 20~30대 남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 청년 우파’들이 폭력 난입의 주축이 된 배경에는 공권력 경험이 부족하고 소영웅주의에 빠진 데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런 극우 청년들은 극소수에 불과해 대다수 청년들을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경찰이 서부지법 등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90명 중 20~30대 청년이 46명(5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도 이 연령대 남성 30여명이 군사독재정권의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자처하며 민간 수비대를 조직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일부 2030 남성들은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과격한 선동 발언을 내놓는 등 법원 폭력 난입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탄핵 찬성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간 강성 보수집회의 주축이었던 ‘7080 세대’가 반공주의와 종교의 깃발 아래 모였다면, 2030 남성은 탄핵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20대 여성에 대한 경계심과 대중화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으로 결집했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나서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니 뒤처지지 않기 위한 사명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기들이 누리던 것을 여성과 약자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20~30대 남성 사이에서 형성되면서, 그 피해의식과 박탈감이 극우화를 추동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빼앗겼다’고 믿는 젊은 남성들의 피해의식과 박탈감이 결집의 동력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전 시대 남성들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다면 (남성 청년 우파 결집은) 평등화돼 가는 과정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전통적으로 공고했던 남성 우위의 질서가 흔들리고 위협받으며 스스로를 가장 피해 보는 세대로 생각하고 있다. 페미니즘 정책에 반감을 갖는 흐름에 앞장서는 것,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엄호와 지지로까지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의 제도화에 강력한 반감을 갖던 이들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을 기점으로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유튜브 영향을 많이 받는 동시에 직접 참여하는 성향이 강한 2030 세대의 특성상,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속 극단적 콘텐츠에 빠져 과격한 행동으로 까지 이르게 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온라인매체와 유튜브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 이에 더해 기성세대들의 해결하지 못하는 혼란에 대해 직접 참여해 보자는 특성이 심리적으로 반영된 것 같다”며 “정부나 사회, 공권력의 엄중함을 체감할 수 있는 경험 부족과 소영웅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다수 청년을 향한 비판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구 교수는 일부 청년이 폭력 사태에 동참한 부분이 과대 대표됐다며 “폭력 난동 사태의 경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들은 남성 청년 중 극소수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030 남성들이 보수 비율이 높지만 법원에 난입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보수가 아닌 극단적 보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