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잇따라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난하자 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신년 인사차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오후 2시부터 1시간 반 가까이 차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한 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후인 지난 9월 이후 넉달 만이다. 이 대표는 새해를 맞아 지난 1일 평산마을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며 일정을 미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예방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 “특히 지금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에선 통합하고 포용하는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하셨다)”며 “이재명 대표도 크게 공감했고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계속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란 상태가 벌어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에 추경 편성을 위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가 제시했던 안에 대해 고집할 생각은 없고, 정부가 빨리 추경을 결정해 준다면 그거에 대해 논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북미 대화를 주선한 경험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했던 많은 인력과 지혜, 노하우를 민주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차원에서도 적절히 활용했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부·울·경 메가시티 등 부·울·경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을 촉구하는 문 전 대통령의 요청도 있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단기간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길게 보면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개헌은 정치 주체들이 합의해야 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헌 논의를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이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은 당내 친문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 체제에 쓴소리를 내는 가운데 이뤄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이 대표와 당에 경각심을 촉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비명계의 결집 시도로 잠잠하던 당내 계파 갈등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당내 다른 목소리도 포용하겠다는 통합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만으로도 통합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