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한국인들이 현 정치상황을 잘 해결할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국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오후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 주석과 접견했다. 우 의장이 시 주석과 별도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시 주석이 계엄 사태 이후 국내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도 처음이다.
우 의장은 이날 접견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한국인의 저력으로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할 것임을 언급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5일 중국 내 서열 3위이자 국회의장 격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에 따라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전혀 불안정하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 의장은 또 시 주석에게 올해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방한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 국민들이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고 국회는 전했다. 또 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국가주석 참석은 관례라는 점을 들면서 참석하는 것을 관련 부처와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 의장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일방적 한시 비자 면제 정책을 통해 상호 우호관계에 기여한 점을 들어 한국도 관련 부처와 검토해 중국에 대한 편의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국 내 독립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진전되길 기대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아울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후속협정에 대한 성과 도출과 한·중 교역 활성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첨단 분야 협력 등을 기대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도 요청했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면서 중국은 개방과 포용정책을 굳건히 하고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에 대해서는 “몇 년 전 협조를 지시했다”며 “한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접견은 당초 15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훨씬 긴 42분가량 진행됐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양국 주요 관심사를 서로 얘기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접견 시간이 길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다만 당초 한국 측이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를 통한 한류 재개방 요청은 이 자리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접견은 우 의장과 시 주석이 나란히 앉아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과 가진 접견인데다 중국의 경우 해외 인사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통상 시 주석이 주재하는 형식으로 앉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배려하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만남에는 이헌승·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년·박정·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방중단에 참여한 여야 의원 대표단도 배석했다.
앞서 우 의장은 이날 낮에는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시 주석이 주재한 오찬에도 참석했다.
오는 9일까지 4박5일간 중국을 공식방문하는 우 의장은 이날 동계아시안게임 개막 행사에 참석해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비롯해 키르기즈스탄, 파키스탄, 태국, 브루나이 등 아시아 각국 정상급 인사와 경제협력 및 의회교류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개막 행사 참석에 이어 우 의장은 안중근기념관, 조린(자오린)공원 등 항일 유적지 등의 방문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