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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와서 소리 지르고 단지로 들어오니까 불안해서 애들 못 내보내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모(42)씨는 매일 열리는 집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총괄대표를 맡은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는 지난 17일부터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대 문 권한대행이 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정문과 후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리는 이날도 부방대는 오전 7시부터 문 권한대행이 사는 아파트 앞에 모였다. 지지자 10여 명은 ‘문형배 자진사퇴’ ‘편파적 졸속 탄핵심리’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쓰레기판사 문형배 물러가라” “문형배 사퇴하라”고 외쳤다.
나흘째 계속되는 집회에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통행 불편, 소음은 물론 욕설과 고성도 오가며 분위기가 격앙되곤 한다고 주민들은 얘기했다.
이날 오전 한 주민이 부방대가 집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자 한 남성 지지자가 “왜 찍는 거냐”고 다가가 고함을 질렀다. 놀란 주민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지지자들이 그를 말리며 이날 오전엔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주민과 부방대 사이 싸움은 반복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임모씨는 “전날 야간에는 지지자 20여 명이 후문 앞쪽으로 오려다가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실랑이가 있었다. 욕도 했다”며 “시끄럽다는 민원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주민의 걱정은 더 깊다. 유모(42)씨는 “아침 너무 일찍 와 소리 질러서 애가 소음 때문에 깨서 화가 난다”며 “저번에는 단지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기도 했다. 입구가 뚫려 잠입할 수 있고 불안해서 애들도 밖에서 못 논다”고 털어놨다.
이어 “밤늦게도 집회를 벌여서 환기해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문을 열 수 없다”며 “집회가 허가제 아니고 신고제고, 24시간 신고돼 있어서 경찰이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바로 앞 병원도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병원에서 경호 업무를 하는 박모(48)씨는 “환자분들이 시끄럽다고 호소한다”며 “병원에 들어가는 환자는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불편한 사람이 많은데 시끄럽다고 저희한테 많이 말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 전원 자택에 경호팀을 배치해 안전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격으로 평시에도 을호 경호 대상인 문 권한대행 자택 앞엔 이날 기동대 1개 부대가 배치됐다. 경찰은 주거지 인근 집회인 만큼 주민 불편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방대 집회에 시민단체도 행동에 나선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문형배 헌법재판관 자택 앞 극우 시위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기관과 헌법재판관을 위협하는 극우세력들을 엄벌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