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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公 사장 “개인 회사면 1초 망설임 없이 투자” 확보한 시료 1700여건으로 향후 정확도 높인다
“해외 메이저, 경제성보다 시추 결과 활용 관심” ‘신뢰자산 축적 실패’ 지적엔 “새겨듣겠다” 수긍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온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계속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이번 탐사시추를 통해 얻은 데이터의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에 실패가 아닌 투자라는 것이다.
21일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초 대왕고래 1차 시추와 관련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석유와 가스가 매장될 수 있는 지질적 조건을 뜻하는 석유시스템은 양호했지만 실제로 유효한 수준의 탄화수소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대왕고래 탐사시추를 통해 경제성이 없다는 1차적인 판단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번 시도가 실패보다는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추를 통해 얻어낸 시료의 가치가 높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유망성 평가는 시추를 통한 시료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고, 탄성파 등을 이용한 물리탐사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시추를 통해 시료 1700여건을 확보했기 때문에 보다 실제에 가까운 분석이 가능해진다.
대왕고래는 동해 영일만 앞바다에 있는 유망구조 7곳 중 하나인데, 대왕고래의 시료를 통해 나머지 유망구조 6곳에 대한 분석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된 액트지오의 유망성 평가에 대한 재검증 작업도 진행된다.
유망성 평가가 실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지 검증하고, 이를 다른 유망구조에 대한 유망성 평가에 반영하게 되면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국내 기술 자문단이 액트지오가 한 석유시스템 유망성 평가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다”며 “액트지오의 평가가 틀렸는지 맞는지,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드리려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이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는 점은 정부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 경제성이 없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의 관심이 끊기지 않는 것은 계속해 사업을 진행할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시추 결과가 여기(경제성 없음)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메이저사들은 그것을 벌써 예측하고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며 “첫 시추에 그것(경제성 없음)은 거의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그 분석과 결과로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해서 계속해 커넥트(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투자 유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우리 정부가 챙겨갈 수 있는 몫이 적어지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우리 몫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야권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대왕고래가 이렇게 되면서 석유 발견을 실패한 것보다 신뢰자산을 축적하는 데 실패한 것이 훨씬 더 큰 실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다 투명하게 시추 관련 프로세스를 진행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권에서도 비슷한 주문이 나왔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도 설득하고 국민을 상대로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며 “국민 동의가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사장도 “장 의원이 지적한 신뢰회복을 깊이 새겨듣겠다”며 “좀 더 신뢰가 회복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