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5일~10일 콘클라베서 차기 교황 선출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유흥식(74)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지목하면서 한국에서도 전 세계 최고 종교 지도자 교황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이어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도 차기 교황 후보군 12명을 추려 보도하면서 유흥힉 라자로 추기경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유 추기경을 ‘남북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이라고 언급했다. ‘벽난로’라는 의미의 포콜라레(Focolare) 운동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중이던 이탈리아에서 창시된 가톨릭교회 영성운동이다. ‘마리아 사업회’라고도 불리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일치를 이루도록 하는 ‘일치’를 핵심 영성으로 한다.
매체는 또 “한국 주교회 평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해 두 나라 간 화해와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라면서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로마 교황청 개편 후 직위를 유지하며 2022년 추기경으로 서임됐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황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 추기경을 후보군으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12번 투표 끝에 선출된 제261대 교황 요한 23세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참석한 2005년 독일 쾰른 세계청년대회, 남미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2013년 브라질 리우 세계청년대회의 전례를 들어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할 차기 교황으로 유 추기경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 천주교 역대 4번째 추기경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 죽을 각오로 추기경직에 임하겠다.”
유 추기경은 2022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추기경 서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추기경은 역대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추기경으로는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81) 추기경이 있다.
1951년 충남 논산 출생의 유 추기경은 한국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뜻을 기려 세운 논산 대건고 출신으로 고등학교 1학년때 가톨릭교회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됐다.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솔뫼 피정의 집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고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05년 대전교구장직을 수행해오다가 지난해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오른 첫 사례였다.
1943년생 염 추기경은 만 80세가 넘어 피선거권이 없고 유 추기경만 피선거권이 있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참가한 이후 약 47년 만이다.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된 유 추기경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시 주교였던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했다. 이는 교황청 장관에 한국인이 임명된 첫 사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한 관계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교황청 인사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2014년 대전과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이끌어냈다.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 ‘국제 카리타스’ 한국 대표를 맡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추기경의 자서전에 직접 추전 글을 써주기도 했다.
2023년 발견된 책 ‘라자로 유흥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모두에게는 동양에서 오는 빛이 필요하다”며 “라자로 추기경은 이 책에서 자전적이면서도 영적이고 사목적인 성찰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과 복음의 증인들을 접하는 가운데 탄생한 신앙을 이야기하며, 평신도들에게서 비롯된 젊고 진취적인 교회, 상처받은 이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돌보는 교회의 모습을 소개한다”고 추천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의해 2023년 한국 최초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을 건립하게 됐다. 김대건 성상의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설치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다.
차기 교황을 뽑는 비밀투표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유 추기경이 제267대 로마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동아시아 역사상 최초, 한국 역사상 최초 로마 교황이 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