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16일 정청래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당내에서 정 의원을 ‘불가촉 정치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양문석 의원이 사용한 표현이다.
그는 “왜 정청래와 함께하느냐는 말을 듣는다”며, “이쯤 되면 정청래는 불가촉 정치인 취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치인이 동료 의원을 감싸기 위해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를 끌어들이는 발상 자체가 낯설고도 위험하다.
불가촉천민은 인도 전통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밑바닥에 속한 계층이다.
양문석 의원의 말대로라면, 현재 민주당은 사실상 정치적 카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관점에서 민주당 내 계층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은 이재명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문자폭탄과 맹신으로 무장한 코어 팬덤이다. 그 아래 계급인 크샤트리아는 이재명을 위해 조롱과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 전사들이다. 바이샤는 공천과 사조직 운영, 조직 관리에 능한 실리적 정치인들이고, 수드라는 지역구 민원 해결과 민심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전통적 중진 의원들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래 계층인 불가촉 정치인은 정청래 의원일 수도 있고, 혹은 양문석 의원이 비판한 비주류 인사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양문석 의원은 “비상계엄 내란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정청래와 함께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함께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손발이 얼고, 얼굴이 굳도록 처절하게 싸웠다”며, 그 동지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당내 일부로부터 배제당하는 현실을 한탄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우리’가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지, 그리고 그 ‘동지’였던 정청래 의원이 왜 갑자기 접촉 금지 대상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양문석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는 애절함과 격정은 가득하지만, 정청래 의원을 둘러싼 내부 우려와 불신이 어디서 비롯된 것 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당대표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데, 당내 이른바 브라만들 사이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두 친명계 후보군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이미 갈등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쳐온 인사들이지만, 이제는 누가 더 충성심이 높은지, 누가 더 정치적으로 순혈에 가까운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을 둘러싼 논쟁은 단지 한 사람의 출마 여부를 넘어서, 민주당이 과연 건강한 토론의 공간인지, 아니면 계급적 충성 경쟁과 위계에 갇힌 집단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겉으로는 동지애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로를 불가촉천민으로 취급하는 정치가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상목 기자>
관련기사 이재명 이어 양문석도 의원직 상실형
관련기사 민주파출소 양문석 의원, 대출사기 징역 3년 6개월 구형
관련기사 정청래 vs 박찬대, 민망한 민주당 당권 전쟁
관련기사 정청래·김의겸·김남국·고민정·김용민 등 이재명 호위무사 20명 퇴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