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 시스템이 학사 일정 개편을 검토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쿼터제(10주 학기제)를 학기제(15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는 UC 전체 학사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UC는 현재 버클리와 머세드 캠퍼스를 제외한 7개의 학부 캠퍼스가 쿼터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UC 산하 태스크포스는 지난 가을부터 학기제 전환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가을 UC 시스템 사무총장과 학문 계획 위원회, 학내 상임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UC가 쿼터제를 채택한 것은 1960년대 급격한 학생 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짧은 학기를 통해 강의실 회전율을 높이고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려는 취지였으며, 당시 스탠퍼드대학교 등 사립대들이 운영하던 시스템에 맞추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쿼터제를 운영하는 대학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 약 150개에서 현재는 약 50개로 감소했다.
UC 시스템 내에서는 모든 캠퍼스가 동일한 학사 일정으로 운영된다면 교류와 협업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공동 프로그램, 교수 임용, 수업 공유 등이 보다 쉬워질 수 있고, 전과나 캠퍼스 간 이동도 간소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학생들은 인턴십이나 취업 시장에서도 쿼터제가 불리하다고 말한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학기를 마치고 일찍 졸업하는 동안 쿼터제 캠퍼스 학생들은 여전히 수업 중이기 때문이다. UC 샌디에고 졸업생 톰리스 카라이스마일로글루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먼저 졸업해서 취업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한 쿼터제는 수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도 있다. 10주 안에 교과서를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교수들은 종종 두세 개의 챕터를 한 주에 가르치거나 아예 생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UC 데이비스의 지구 및 행성과학과 교수인 칭주 인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재 대부분이 15~20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어 쿼터제에서는 내용의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환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UC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시스템, 강의계획서 변경, 상담 시스템 조정, 커뮤니케이션 전략 구축 등 다양한 부문에서 드는 비용은 총 2억8,800만~3억7,1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CSU) 시스템이 칼폴리 샌 루이스 오비스포 캠퍼스를 2026년까지 학기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예산 삭감과 고용 동결 등 재정 압박을 겪고 있는 UC 입장에서, 지금이 학기제 개편을 추진할 적절한 시기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UC 버클리에서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마친 라이언 만리케즈는 “지금은 학교 예산이 학생 지원과 연구로 집중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UC 교수진들도 일정 변경이 가져올 행정적 부담, 학습 성과, 노동 조건 등 광범위한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UC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캘린더 변경은 교육 현장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미칠 수 있으며, 구성원들의 충분한 토론과 투표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일정 변경이 학업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2년 발표된 아메리카경제저널(AEJ) 논문에 따르면, 학기제로의 전환은 단기적으로 졸업률 하락, 전공 결정 지연, 성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특정 학생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학기제 도입으로 장기적으로 행정 간소화와 학습 질 향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UC 데이비스의 칭주 인 교수는 “궁극적으로 시스템 전환에 따른 초기 비용은 장기적인 효율성과 질적 개선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UC 시스템은 올가을 보고서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전면 시행 여부는 이후 수년간의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