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취역한 USS 프린스턴 함은 길버트제도와 마셜제도의 일본군 기지를 타격하고 마리아나해전에서도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 필리핀 레이테만 해전에서 일본 해군 폭격기의 폭탄 한 발에 희생되었다.
이때 프린스턴함의 예비함장이었던 존 호스킨스 대령은 구조됐지만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되었다. 그러자 조기퇴역하라는 상부지시에 해군 규정상 ‘다리 하나 없다고 함정 지휘못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거부했다.
마침내 새로 건조된 프린스턴 항모에 함장으로 임명받고 소장으로 진급해 함모 사단을 지휘하며 제트기 도입을 적극 지지했다. 제독이 된 그의 별명은 ‘Peg-leg Admiral(의족제독)’, 그리고 그의 항공대는 ‘Peg-Leg Petes’로 불리었으며 디즈니에게 부탁하여 ‘의족을 한 해적’ 마스코트를 받아 군기로 썼다.
1950년 한국전이 발발하자 함모전단을 지휘하면서 ‘Uncle John’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USS 밸리 포지를 지휘하며 초기 공중 지원을 이끌었다. 밸리 포지 항공대는 하루 평균 80회 출격하며 부산 방어선과 인천 상륙 작전을 지원하고 5,000회 이상 출격과 2,000톤의 폭탄과 로켓을 투하했다. 1950년 라이프 매거진은 그의 리더십과 실용적 접근에 대해 실었다.
그러다 1955년 전기 영화 ‘영원한 바다(The Eternal Sea)’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했던 그는 퇴역 후 1964년 자택에서 사망했다.
헌데 그가 함장이 되었던 새 프린스턴 함을 건조한 곳은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였다. 그 곳에서 나온 USS밸리포지, USS앤티텀 항공모함, USS뉴저지, USS위스콘신 전함 같은 많은 다른 함모들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특히 뉴저지함은 1·4후퇴 당시 원산, 흥남 앞바다에서 피란민을 위해 지원사격을 했었다.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에서 마지막으로 건조된 군함 USS블루리지는 제7함대 기함으로 여전히 현역으로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서 유사시 한반도로 즉각 건너올 수 있다.
이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가 바로 ‘한화필리조선소’의 전신이다. 이곳은 1801년 미 해군 조선소로 문을 연 뒤 1997년 민영 조선소로 전환됐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한국 조선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첫 번째 사례가 된 곳이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에 조선업재건이라는 ‘Shipbuilding’을 덧붙여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이름붙인 ‘MASGA’ 프로젝트를 제안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끈 50여척의 군함이 이곳에서 탄생했고 한국전쟁의 포화에 고통받던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냈다. 그리고 그 함정들이 구해낸 대한민국의 국민이 조선업 강국 대한민국의 신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 강국이었지만, 냉전 이후 상업 조선은 방치하고 군함 위주 산업에 중점을 두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도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같은 군사용 조선은 세계 최강이지만, 상업용 대형 선박은 거의 건조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여러 요인 중’Jones Act’라는 보호무역법으로 인해 미국 내 해운은 미국 선박만 운항할 수 있게 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이 미국 조선소들을 외부 경쟁에서 보호하는 대신, 혁신 동기를 약화시켜 세계 시장 경쟁력은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제 이 한화필리조선소가 존스법에 따라 미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으로 건조하며, 미 해군 수송함 수리 및 개조 사업도 수행할 것이다.
거북선이 조선 수군의 미래를 열었듯이 한국의MASGA가 21세기 세계 조선업의 판세를 바꿀 새 거북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