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1월, 지구 반대편에서 반가운 소식이 넘어왔다. 대선과 함께 치른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통틀어 총 네 명의 한국계 후보자가 연방 의회 입성을 확정한 것이다.
당시 선거로 의회에 동시 입성한 민주당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과 공화당 영 김, 미셸 박 스틸 의원은 먼저 진출한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사상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 의원들이 연방 의회에 네 명이나 포진해 활약하는 쾌거가 한국, 그리고 현지의 한인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오는 11월2일 열리는 버지니아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직접 나선 해럴드 변(68) 공화당 후보는 연방 의회에서 한인의 입지가 어느 때보다 넓어진 지금 주의회에서도 보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 후보는 “미국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로컬 정치'”라며 “50개의 국가가 하나로 융합된 게 미합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주 정부와 의회의 독립적인 권한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주의회는 정책을 실전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며 “(주 정계에서) 한인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로컬 정치력을 키우면 주마다 작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로컬 정치 분야에 한인이 많이 진출하면 각 당에 ‘파티 라인’을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연방 의회에서 커진 위상에 맞춰 주의회에 진출한 한인들이 보조를 맞춘다면 각 정당 내에서 한국 관련 문제를 다룰 때 연방·주 단위를 아우르는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미 정계 내 ‘한인 파워’ 증진을 위해서도 로컬 정치 강화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정계 내 ‘유대인 파워’를 예시로 들었다.
“이민의 역사가 긴 유대인 공동체는 정치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안다.”
수입의 일부를 정치·사회 활동에 투자하는 문화가 잘 정착된 유대인 공동체는 이미 미국 사회에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비록 국적은 유대계 ‘미국인’이지만 고국인 이스라엘 문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역 정계와 사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그 영향력의 근원이라는 게 변 후보의 시각이다. 실제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지역 단위의 문화 센터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 후원 등을 통해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변 후보는 “한국계 미국인들도 유대인처럼 단합해서 힘을 키워야만 한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며 “유대인은 로컬 정치를 통해 2세, 3세의 주류 입성에도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미 교포들이 한국의 국력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로컬 단위에서부터 한인들이 주류 사회에 진출해 뭉쳐야 한다. 연방에서 입지가 강해진 지금이 기회”라고 재차 호소했다.
그가 출마한 버지니아 40선거구는 한인들이 밀집한 페어팩스 카운티를 가로지른다. 현재 현역인 댄 헬머 주하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뛰고 있다.
변 후보는 “지난해 블랙라이브스매터(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당시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한인을 보호해 줄 사람이 부족했다”라며 “당을 떠나서 한인을 대표할 사람에게 투표해 달라. 투표가 애국이고, 자기 자신과 자손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1953년생인 변 후보는 지난 1969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 육군 의무병으로 복무했으며, 미 특허청을 거쳐 상무부 수석자문관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