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진행자를 폭행한 윌 스미스(Will Smith·54)가 행사 뒷풀이 파티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현지 언론과 영화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상 시상식을 망치는 행동을 해놓고도 반성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AMPAS)는 28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리포터·로스앤젤레스(LA)타임즈·버라이어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미스는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애프터 파티에 자정을 넘긴 시간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미스는 손에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이번 논란 당사자 중 한 명인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 두 아들 트레이·제이든, 딸 윌로우 등과 함께 춤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파티 도중 자신의 히트곡인 ‘서머타임’ ‘마이애미’ 등이 나오자 직접 랩을 하기도 했다. 또 파티 참석자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취재진을 향해 트로피를 흔들어 보이며 “아름다운 밤이었다”고 말하는 등 수상 기쁨에 차있는 모습이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스미스의 이런 모습을 보도하면서 그가 시상식에서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록의 수준 이하의 농담에 대한 스미스의 대응은 오스카 방송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했고, LA타임즈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오스카였다”고 했다. 버라이어티는 “스미스가 폭행 사건을 후회한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스미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할리우드 동료 영화인들은 스미스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스미스 아내의 탈모증을 가지고 농담을 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조크도 별로였지만, 그렇다고해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배우 미아 패로우는 “오스카 역사상 가장 추한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우피 골드버스는 미국 ABC의 ‘더 뷰’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스미스가 과잉 반응했다”고 말했다.
다만 골드버그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수상 자격 박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서니 호스틴은 “사랑의 쇼가 아니라 폭력이 쇼였다”고 스미스의 행동을 비난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 퓨 굿 맨’ 등을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은 스미스가 록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스미스의 변명은 헛소리”라고 했다. 스미스는 폭행 사건 뒤 남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가족을 맹렬히 지키는 역할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변명했다. 그는 영화 ‘킹 리차드’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족을 지켜내려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자리에 함께한 동료들과 아카데미 측에 죄송하다”고 했지만, 록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록과 같은 코미디언들도 스미스를 비판하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미국 최고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키멀은 “스미스에겐 인생 최고의 밤이었겠지만, 지금 그에겐 코미디언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또 다른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은 “이제 우린 코미디 클럽에서 누가 제2의 스미스가 될지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만 언급했던 아카데미(AMPAS)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AMPAS는 성명을 내고 “아카데미는 어제 행사에서 스미스가 보여준 행동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내규와 행동 규범,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앞서 폭행을 당한 록 측은 스미스를 LA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평소 심한 농담을 하기로 유명한 록이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외모에 관한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록이 삭발 형태인 스미스 아내의 헤어 스타일을 언급하며 “‘지. 아이. 제인2’의 주인공을 맡아야 할 것 같다”고 놀리자 스미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가 록의 뺨을 때린 것이다. 스미스의 아내는 질병 문제로 탈모증이 오면서 머리를 민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에 나온 영화 ‘지. 아이. 제인’은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로 무어의 삭발로 화제가 됐었다.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자 당황한 록은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고, 이내 스미스는 록의 뺨을 쳤다. 자리로 돌아간 스미스는 록을 향해 반복해서 욕을 하며 “내 아내를 입에 올리지 말라(Keep my wife’s name out of your fucking mouth)”고 했다. 록은 서둘러 시상을 마무리하고 “내 생애 잊지 못할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