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위협을 느낀 두 나라가 나토 가입을 서두르면서 역설적으로 ‘나토 동진’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공격 목표가 되기 위한 억지력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며 “나토 공식 가입이 핀란드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가입을 권고했다.
CNN은 “북유럽 국가들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정부의 나토 가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외교위원회에서 발간할 것”이라며 “이미 보고서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우선 핀란드 의회의 나토 가입 권고 성명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오는 17일 스웨덴 방문을 계기로 핀란드의 나토 가입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전망했다.
오는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안건을 상정, 의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정리된 최종 입장이 필요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그동안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의회 차원에서 성명을 내고 나토 가입을 공식 권고하자, 스웨덴 의회는 딜레마에 빠진 듯 보인다. 알자지라는 “스웨덴 집권당 사회민주당이 오는 15일 지난 수십 년 간 나토 가입에 반대해왔던 기존 입장을 뒤집을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군사 중립국으로 남아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위협을 느낀 핀란드와 스웨덴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나토 보호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약 1287㎞에 이르는 구간에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다.
알렉산더 스텁 전 핀란드 총리는 CNN에 “핀란드 안보는 지정학과 역사적 관점, (러시아와의 협력을 기대하는) 이상과 (침공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의 관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기대하며 나토 가입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나토의 동진정책’이라며 침공의 명분으로 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역설적으로 나토 동진을 가속화킨 셈이 됐다.
폴란드·체코·헝가리 등 주요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던 1990년 상황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는 푸틴의 인식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히려 중립국으로 남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많은 역효과를 낳았고,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한 결과(disastrous consequences)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 국가들에 지정학적 위기를 각성시켰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충돌 지점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나토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은 핀란드·스웨덴을 너머 북극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북극은 천연 자원, 전략적 위치 뿐만아니라 러시아, 핀란드,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들의) 영토 주장으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