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번주 러시아발 가스 대란 가능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이번주 최대 관심사는 오는 21일 러시아가 대유럽 가스 수송을 재개할 지 여부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11일부터 정기 점검을 이유로 유럽 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는 21일 열흘간의 유지 보수 작업을 마치고 재가동한다고 예고한 상태지만,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관을 계속 잠글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르트스트림1의 연간 수송 용량은 약 550억㎥에 달한다.
독일의 로버트 하베크 경제장관은 이달 초 “독일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도 있다. 가스가 다시 흐를 수도, 전보다 더 많이 흐를 수도, 아무것도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미 일부 유럽 국가를 향한 가스 공급을 줄였다. 지난달 이 지역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가스프롬이 가스관의 공급량을 기존의 40%로 축소하자 “가스 위기”를 선언했다.
특히 가스프롬이 유럽 고객에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가스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불가항력 선언’을 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BBC 등은 이날 가스프롬이 일부 유럽 고객에 보낸 7월14일자 서한을 통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가스공급 계약과 관련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최대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 독일 에너지 기업 REW도 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유니퍼는 가스프롬의 요구가 부당하기에 정식으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서한이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운송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스프롬의 조처가 “노르트스트림1을 경유하는 가스 공급이 10일간 보수작업 종료 후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유럽, 독일 사이의 긴장이 격화할 공산이 농후하다고 경계했다.
ABN 암로의 한스 반 클리프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도 “현재로선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가스 수출이 재개될 지 불투명하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가 대응책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흐름을 추가로 줄이는 다음 단계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번주 예상되는 가스난은 유럽이 기록적인 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최악의 시기에 예고되고 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곳곳에서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온으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도 살인적인 폭염에 따른 최초의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다만 헤닝 글로이스타인 유라시아 그룹 에너지기후담당 이사은 “에어콘 사용이 급증해 이번주 EU 내 전력 소비가 늘어나겠지만 태양광 발전 공급올 상쇄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유럽 국가들은 다가오는 겨울도 에너지 부족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가스 저장 시설을 채우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EU의 현재 가스 저장 수준은 64% 정도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다른 나라로부터 공급을 서둘러 확보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이날 아제르바이잔과 향후 몇년간 주요 가스 수송 경로의 용량을 2배로 늘리기로 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달 초 주요 가스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유럽의 천연가스 기준가격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치인 ㎿h당 183유로 안팎을 맴돌았다. 연초 이후 가격이 129%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