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되는 등의 세계사적 변화를 추동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자 초대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지난 30일 모스크바 한 병원에서 91세로 서거한 고르바초프 장례식은 유서깊은 하우스 오브 유니언 건물에서 공식 추도식이 거행된 뒤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순서로 이어진다.
서방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급진적 경제개혁으로 러시아내 인기가 높지 않은 고르바초프의 장례식은 공식 국장이 아니다. 이는 공산당에서 축출됐던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공산당 서기장을 제외하고 역대 소련 지도자들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진 것과 달리 이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고르바초프를 멸시했으며 소련의 붕괴가 “재앙”이라고 말해왔다. 소련 지도자들 가운데 크렘믈린 성곽 내부가 아닌 노보데비치 공동묘지에 묻힌 것은 흐루시초프가 유일하다.
러시아 정부는 고르바초프의 장례식에 명에 경비부대와 장례 진행을 국가가 돕는 등 국장의 요소가 남아 있을 것으로 밝혔다.
푸틴은 그러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푸틴은 고르바초프의 시신이 있는 병원을 방문해 조용히 조문했다. 정부가 TV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푸틴은 붉은 장미로 된 꽃다발을 바치고 절을 한 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떠났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3일의 장례식은 블라디미르 레닌, 요시프 스탈린,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기념관이 있는 하우스오브유니언 건물의 필라홀에서 거행된다. 이어서 고르바초프는 1999년 서거한 부인 라이사 옆에 안장된다.
한편 푸틴을 직접 발탁했던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 2007년 서거한 뒤 모스크바 중심부 예수성당에서 장례식이 열렸으며 장례식 전 과정이 TV로 생중계되는 예우를 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린궁 대변인은 고르바초프 서거 당일 “우리 나라 역사에 영원히 남을 정치인이나 그의 역할에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르바초프가 “새 소련과 서방 사이에 영구적으로 낭만적인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 수십명이 참석한 보리스 옐친의 장례식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긴장 고조로 고르바초프 장례식 참석자는 매우 적을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2일 러시아주재 존 설리번 대사가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수백명의 당국자들이 현재 러시아의 “비우호인사”로 지정돼 러시아에 입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