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전설에 천제의 아들 태양 신(神)이 10명이 있었다. 이들은 돌아가며 하루에 하나씩 인간 세상을 비추게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기가 발동한 이들 모두가 동시에 하늘로 떠오르자 지상은 태양열로 인해 불구덩이로 변하였다. 가뭄이 들어 강물이 말라붙고 불이 나 초목과 곡식이 다 타 죽으니 백성들은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온갖 괴수들까지 날뛰면서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인자하신 요 (堯) 임금은 하늘에 구원의 제사를 올렸다. 그러자 상제는 활의 달인 궁신 (弓神) 예(羿)를 지상에 내려 보냈다. 헌데 예는 좀 과격하게도 9명의 태양을 활을 쏘아 모두 죽여버렸다.
이에 화가 난 상제는 아들들을 죽인 죄를 물어 예와 그의 아내 항아 (姮娥)를 인간으로 강등시켜 지상으로 내쫓았다. 헌데 항아가 다시 신선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자 남편 예는 곤륜산의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구해온다.
이는 3천 년에 한번 꽃을 피우고 3천 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 불사나무의 열매로 3천년 걸려 만든 약이다. 서왕모는 이 약을 주며 ‘둘이 반씩 나눠 먹으면 불로장생하지만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항아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 혼자 먹고 다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상제는 남편을 두고 저 혼자 도망 온 항아를 괘씸히 여겨 달 속 차디 찬 냉궁에 가두었다.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달에서 항아는 펑펑 울다가 두꺼비가 되어 버렸다.
후에 사람들은 이 항아를 서한의 황제 이름과 같은 것을 피하기 위해 상아 (嫦娥)로 고쳐 불렀다. 중국어로 창어다.
근대에 들어 산업혁명 이후 세워진 굴뚝이 많아지면서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난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춰 지구의 온도를 1~2% 정도 식혀야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그러자 아예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차단해 지구의 온도를 식히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오래 전부터 논의 돼왔다.
먼지 구름. 암석 부스러기, 분진이나 미세입자 등을 우주에 싣고 가 뿌리거나 인공거울로 햇빛을 반사시킨다든지 해양에 탄산염을 투입해 이산화탄소 흡수율을 올리는 방법 등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이는 빈번한 로켓 발사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더 악화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릴 수 있고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기상과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 우려 때문에 선뜻 진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해서 나온 것이 지구와 태양사이에 브라질 크기만한 얇은 막으로 된 실리콘 거품 구조의 가림막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킨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역시 제자리 걸음 중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폭염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우주 차양막 이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차양막 무게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유엔 등은 이 기술이 지구변화 대응의 게임체인저로 보는 반면 임시방편이자 효과마저 불투명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이라는 얘기인데. 글쎄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하와이 화재가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고대 지상의 불난리가 천제의 아들 태양신들의 몹쓸 행태로 야기 됐듯 오늘의 폭염과 기후재난 또한 인간들의 과욕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다스릴 궁신 예의 후예들이 사용할 활은 과연 있는 것인지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