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도시 아테네가 아직 이름이 없었을 때 여신 아테나(Athena)와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Poseidon)이 이 도시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다투었다. 사람들에게 누가 더 이로운 선물을 주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르기로 한 것이다.
포세이돈은 자신의 삼지창(trident)로 바위를 쳐서 물이 솟아나오게 하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사했다. 사람들이 기름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올리브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승리한 아테나는 그 도시의 수호신이 되고 파르테논 신전의 여신까지 되었다.
그리고 도시는 그의 이름을 따 ‘아테네’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후 올리브 나무는 아테네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삶을 영위하는 좋은 식품이되고 더 나아가 평화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올리브 나무는 흔히 끈끈한 지역공동체로 엮여 가꾸고 외부에 대해서는 패쇄적인 전통적 농경 사회를 뜻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스라엘 상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작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에서 이 올리브 나무를 지역화의 상징으로 취한 반면 렉서스를 내세워 세계화의 상징으로 대비시켰다. 프리드먼은 30여년전 미국에 상륙해 선풍적 인기를 끈 도요타의 최고급 브랜드 렉서스 공장을 취재하면서 로봇이 세밀한 공정까지 도맡는 그 모습에 무척 감탄했다.
해서 냉전체제에서 빠르게 벗어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는 고급 자동차의 이름 렉서스를 새로운 번영을 지향하는 현대화, 세계화의 상징으로, 반면에 과거와 전통에 묶여 문을 걸어 잠그고 중동에서 서로 제 것이라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올리브나무를 지역화의 상징으로 대비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세계화가 가져다준 여러 이점을 설명해 주는 반면 세계화가 초래한 여러 부작용도 이야기 했다. 헌데 그는 이 책에서 세계화의 또 하나의 상징으로 맥도날드를 꼽았다. 이른바 ‘황금 아치 이론’이다. 황금 아치란 M글자로 된 맥도날드의 로고로, 맥도날드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각 나라 경제가 서로 얽혀있다 보니 잃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섣불리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자본주주의가 전세계적으로 승리하면서 세상에 민주주의를 선사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 도처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저항 또한 많다. 하지만 이는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조화로운 결합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그 동안 이 이론은 여러 차례 불거진 전쟁을 통해 타당치 않다는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예외적 이유를 붙이며 그대로 넘어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 이론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에서 800 여개 이상의 점포를 모두 폐쇄했다.
게다가 이번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가 이스라엘 군인에게 햄버거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맥도날드의 위기가 세계화 흐름의 마침표 같이 느껴진다. 허나 무엇보다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킨 건 전적으로 경영자 레이 크록의 공이기도 하지만 창시자인 맥도날드 형제에게서 사업기술과 상표까지 모두 걷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어두운 이면을 보면 황금아치의 냉혹한 싸움 만큼이나 지역소유권을 다투는 올리브 나무의 치열한 쟁탈전, 그 어느것도 번영의 상징은 아닌 것 같다. 존중과 조화는 이미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