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로 드러났다.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강행된데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 인허가·계약 과정에서 특혜 제공이 만연했다.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조차 한통 속이었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17일부터 올해 2월10일까지 약 4개월간 이뤄졌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그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위법 행위가 드러난 업무처리자 7명을 징계하는 등 총 17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했다.
겸직허가 없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이득을 취한 공직자 240명(퇴직자 11명 제외)은 각 기관에 통보해 추가조사 후 징계 등 조치하도록 했다. 서류 조작 등으로 농업인 우대 혜택을 받아 태양광발전소 운영 권한을 타낸 가짜 농업인 등 815명은 계약 해지와 등록 말소 등 행정조치 하도록 했다.
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49명은 고발하기로 했다. 49명 중 7명은 공직자, 40명은 민간사업자, 2명은 태양광 분양업체 대표다. 지난 2월과 6월 수사 의뢰한 38명을 합하면 그 인원은 87명으로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국가 에너지정책 수립 시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목표를 수립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23건을 통보했다.
◇文지시에 무리한 사업목표 상향…엉터리 대국민 발표까지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하고도 후속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20%는 당시 연평균 보급량(1.7GW)보다 2배 이상(3.7GW) 보급해야 달성 가능한 매우 의욕적인 목표인데다 2017년 12월 ‘3020 이행계획’을 수립했지만 선제적 계통보강은 지역별·시기별 보급 전망을 하지 않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고 백업설비(ESS) 용량은 과소 산정됐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지역 중심으로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급증하면서 계통연계 지연은 물론 기존 발전소의 출력 제한이 실시돼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저해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의 지시로 산업부는 2021년에 다시 30.2%로 목표치를 급하게 올렸고, 그 해 9월2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당초 관계부처 합의안인 35~37.5%보다 높은 40%로 결정하고 이에 맞춰 이듬해 1월 신재생 공급의무비율을 상향(2026년 10→25%)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윤석열정부로 교체된 후 “탑다운(Top-down·하향식)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라면서 목표를 21.6%, 공급의무비율은 15%로 하향 수정해 발표했다.
감사원은 “신재생 목표가 탑다운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또 에너지 전환이 전기요금 인상 논란으로 이어지자 2017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2017년 6월께 내부적으로는 전기요금 전망의 주요 변수인 신재생 정산단가를 현 수준 유지(고정)를 전제로 최대 40% 인상 가능성을 검토했었다.
2019년 8월 국회 요구에 따라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전력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란 재현될 것을 우려해 신재생 확대에 따른 67% 상당의 비용 증가 가능성 등을 삭제했다.
무리한 목표 탓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발전용량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 계통보강을 미루면서 기존 주변압기와 배전선로 연계용량을 상향시켜 임시방편으로 대처했다. 백업설비도 필요 용량보다 부족하게 산정했다.
특히 제주 지역은 신재생 보급 계획 속도가 2020년 17.3%, 2030년 100%로 육지의 2.3배 빨라 과잉발전으로 출력제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도 확충 계획을 차기로 넘기거나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조정 없이 추진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2020년 6월 수용한계 초과로 2023년 12월 제3연계선 준공 시까지 신규태양광 연계를 불허하도록 했지만 제주본부는 임의로 111개 설비를 추가 연계시켜 특혜를 주고 기존 사업자의 출력제한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산업부는 2017년과 2020년 2차례에 걸쳐 태양광 입지잠재량을 산정하면서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가 강화(2017년 54개→2020년 127개)되는데도 실제 규제 현황을 반영하지 않고 100m 이격거리를 일괄 적용했다. 산지 등 27개 지리규제도 최대 13년 전 과거 자료를 현행화 없이 그대로 반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격거리 규제 등을 현행화해 재산정해본 결과, 당초 산정된 입지잠재량보다 77% 감소(이격거리 영향 69%)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기관 251명 허가없이 발전소 운영…관리 구멍, 부실 키운 ‘이권 카르텔’
문재인정부 5년간 공공·민간의 대규모 사업과 소규모 태양광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제도를 틈탄 비리가 만연했다. 관리·감독해야 할 공직자까지 한통속이 돼 부실을 키운 ‘이권 카르텔’의 전형이었다.
산업부는 2019년 1월 사업시행자로부터 부탁을 받아 유권해석 권한이 없는데도 이미 개정된 법령을 근거로 태양광 발전사업의 초지 전용이 가능하도록 해줬다.
태안군은 도시계획위원회에 사실과 다르게 ‘사업종료 후 지목변경 없이 원상복구하기로 했다’며 개발행위허가 심의를 받은 후 원상복구 조건을 임의로 제외한 채 허가서를 교부해줬고, 같은 시기 산업부는 태안군에 대체초지조성비 감면 추천을 해 줘 약 7억원의 감면 특혜를 제공했다.
군산시는 새만금 태양광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하는 출자기관의 대표를 관련 자격·경력이 없는 시장 지인으로 선발했고, 입찰공고상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오히려 시에 불리한 조건으로 금융주선사를 바꾸면서 지역건설업체를 선정했다.
국립대 모 교수의 경우 해상풍력업체를 실질적으로 소유·경영하면서 허위 서류로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착공도 하지 않은 채 외국계업체에 매각 시도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8개 에너지 유관기관 소속 공직자 251명이 내부 규정을 위반한 채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총 356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발각됐다.
기관별로는 한전 182명(265개 발전소), 한국에너지공단 8명(100개), 한국전기안전공사 36명(47개),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5개 기관 25명(34개) 등이다.
이 가운데 30명은 농업인 우대 혜택으로 태양광발전소 운영 권한을 받는 ‘한국형 FIT(Feed in Tariff)’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형 FIT은 2018년 7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100kW 이하 소형 태양광발전소 운영에 있어 농축산어업인 자격을 증빙하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9개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허가 없이 태양광사업을 운영했고 이 중 25명 역시 한국형 FIT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각 소속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한국형 FIT에 참여한 가짜 농업인도 수두룩 했다.
감사원이 2만4000여 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815명이 브로커 등을 통해 위조·말소된 등록서류를 제출하거나 자격상실 후에도 그대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가족관계가 확인된 발전소 2734개의 85%인 2349개가 가족들이 동일 또는 인근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이 중 95%(2240개)는 발전용량을 편법 분할해 같은 시기 발전사업 허가·설치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2018년 5월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동일사업자 범위를 민법상 가족으로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하고도 후속조치 없이 방치했다.
감사원은 “해당 사업자들은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이 이로 인한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됐다”면서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유도하고 정부정책에 편승한 공직자의 부조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