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서방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가자 지구 남부의 병원을 방문해 가자 주민들이 겪는 참상을 직접 취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폐허가 된 지역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좀비처럼 방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움직이는지 아니면 할 일이 없어 그냥 돌아다니는지 알기 힘들었다.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빵집 앞에만 사람들이 길게 줄서 있었다. 계속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있었고 12월의 추위가 닥쳐 있었다.
현대 전쟁의 공포
가자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 20개월 나이의 아미르 타하가 이마에 큰 상처를 입은 채 누워 있었다. 부모와 다른 가족들 모두 이스라엘 공습을 당해 숨지면서 고아가 됐다.
아직 너무 어려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고 숙모 네하이아 알카드라가 말했다. “길거리에서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채로 발견됐다. 누이와 형이 죽고 숙부와 다른 누이들은 병원에 있다. 신 앞에 나와 아미르만 남았다”고 했다. “어제 아버지를 닮은 간호사를 보고 ‘아빠, 아빠, 아빠’라고 소리를 지르더라”고도 했다.
다른 병실에는 8살 먹은 지난 사하르가 전신 석고를 한 모습으로 있었다. “앞집이 폭격당하더니 우리 집도 폭격당했다”고 했다. 두개골과 다리가 골절됐다고 폭격 때 집을 비웠던 어머니 히바 모함메드 무가리가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야전 병원의 진료부장인 압달라 알나크비 박사는 “무고한 아이들이 가족들 옆에서 팔다리를 잃어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이 병원은 축구장에 임시로 설치된 곳이지만 의료 인력과 장비 모두 최고 수준이다. 150 병상을 갖추고 있다.
Rare access inside Gaza: @clarissaward, @scottycnn, and @BrentSwailsCNN visited an Emirati field hospital set up in the south and saw firsthand the effects of Israel's bombardment on the Strip's civilian population. pic.twitter.com/XBd5sOJ8z2
— Becky Anderson (@BeckyCNN) December 14, 2023
폭격 속의 정적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의료진은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일하고 있다. 알나크비 박사는 새벽에 화상 환자가 들어와 오후 늦게까지 돌봤다고 했다. 화상이 팔다리가 잘린 부상보다 더 위중하다고 했다.
상처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상태로 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알나크비 박사는 “환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는 충격적 장면”이라고 했다.
기자가 병원을 방문한 지 15분 만에 근처에서 큰 폭발음이 울렸다. 의료진은 꿈쩍도 안했다. 하루 20번 이상 듣는 소리라면서 “익숙해졌다”고 했다.
폭격 뒤 얼마 되지 않아 하마스 전투원인지 민간인인지 알 길이 없지만 부상자가 실려 온다고 했다. 알나크비 박사가 “다리가 잘린 남자 2명이 실려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응급실로 달려갔다. 한 남성과 13살 소년이 팔다리가 잘린 채 실려 왔다. 그들을 싣고 온 응급구조원들이 넘겨준 노트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20살의 라마 알리 하산 알루시가 왜 세상이 우리를 외면하느냐고 절규했다. 전쟁 전 대학생이었으며 누이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그는 이스라엘군 소개 명령에 따라 가족들과 함께 가자 북부에서 남부로 피신했다고 했다. 피신해 있던 집이 폭격을 당했고 왼 다리가 잘린 채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세상은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60일 넘게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폭격 당해 죽고 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