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 50개 국가에서 치러지는 각종 선거 중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선거는 단연 미국 대선이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각종 의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사법 리스크’ 최대 변수·의제…연방대법원 심리 주목
오는 15일 아이오와 공화당 당원대회로 시작되는 2024년 대선의 가장 큰 변수이자 의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를 비롯해 기밀 유출 등 다수의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이들 사법 리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직접적으로 제약하지는 못한다. 미국 헌법상 대선 출마 요건은 ▲미국 출생 시민권자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 거주 등 세 가지로, 형사 소추 여부는 출마 자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콜로라도 주 대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부인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6일 난입 사태를 부추겨 내란·반란 가담자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판결은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고할 경우 콜로라도 예비선거일인 3월5일 전에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각 주에서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콜로라도 이후에는 메인에서도 역시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이 때문에 해당 판결 이후 연방대법원이 2024년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두 지옥에서 썩어라”라는 등 저주를 퍼부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도 후보로서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헌터 바이든 의혹과 관련해 하원에서 탄핵 조사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유력 주자 모두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셈이다.
경제·전쟁, 분야별 중요 의제…’우크라 지원’ 美표심도 변수
후보 자체를 둘러싼 변수 외에는 경제와 우크라이나·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이 중요한 의제로 꼽힌다. 특히 2024년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을 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가 주목된다.
공화당에서는 이미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매카시 전 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백지수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발언했으며, 그의 후임인 마이크 존슨 의장은 원칙적으로 지원을 지지하나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17일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이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31%,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20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유권자 32%가 우크라이나를 너무 지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 벌어진 가자 지구 전쟁으로 향후 대선 과정에서 미국의 ‘세계 분쟁 개입 정도’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 이는 고립주의를 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의 국제 리더십 복구를 주창한 바이든 대통령 간의 근본적인 차이로도 귀결된다.
한편 영국의 데이터분석기업 유고브가 지난해 12월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21%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플레이션·물가를 꼽았다. 비슷한 결로 일자리와 경제를 꼽은 응답자도 10%에 달했다. 국가안보를 꼽은 응답자는 9%, 외교정책을 꼽은 응답자는 1%에 그쳤다.
이민 의제도 급부상…트럼프 “미국 피 오염” 강경 기조 선점
이민 문제 역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공화당 유력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부 국경 장벽 건설을 자신의 정책 슬로건처럼 활용해 왔으며, 최근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강경 반(反)이민 기조를 선점했다.
이와 관련, 앞선 유고브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 전체 국정 수행 지지도가 40%, 경제 관련 지지도가 42%인 점과 비교하면 그가 이민 문제에서는 국민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텍사스에서는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바이든 행정부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불법 이주민을 주에서 직권 체포·구금하는 주법을 시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텍사스는 자신 주에 몰려든 이주민을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등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보내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준하는 이민 대응 행정 조치를 취하라고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그는 서한에서 남부 국경 이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2022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전복 이후 불거진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둘러싼 논란 등이 대선 주요 의제로 꼽힌다.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는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이 대립하는 대표적인 의제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를 표 결집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