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림자가 의회의 주요 예산 협상에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반(反)이민 기조로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패키지와 관련해 내부 혼선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부 국경 장벽 건설로 대표되는 자신의 반이민 기조를 그간 거리낌 없이 드러내 왔다. 그는 이민자를 자주 강간범, 마약사범으로 부르며, 최근에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더럽힌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회에는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출한 1050억 달러(약 140조343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국경 관련 추가 예산안이 계류돼 양당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추가 예산안 협상 타결을 위해 직접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반이민 기조가 확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 입김을 이기기가 녹록잖은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 국경 정책을 비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에서 진행 중인 협상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에 이민 문제에 관한 성과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당내 합리적 보수로 평가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비공개회의에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법안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유력 후보다.
다만 해당 발언이 알려지고 논란이 되자,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또 다른 비공개회의에서 여전히 협상에 우호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치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해 경선 2연승을 거머쥐었다. 당내에서는 아직 경선 참여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