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이어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가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책임론을 공개 제기하면서 당내 친명-친문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더욱이 당내 친문 핵심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는 용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 정부 출신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엔 전략 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어 친명의 ‘자의적 판단’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친명계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출마는 안 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당의 공식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지난 5일 비공개 총선 전략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친명 인사는 그간 문 정부 출신의 비서실장 및 장관급 인사의 용퇴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 등으로 정권을 내준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이 이번 총선에서 전면에 나서면 전 정권 책임론이 더 거세져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분산될 수 있다고 본다.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본인 스스로 ‘내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을 했지만, 한편에선 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측면에서 책임이 있다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동의했다.
정 의원은 “특히 부동산 정책, 조국 사태, 일방적인 소득 주도 성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다”며 “(임 위원장이) 특정한 분들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즉각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의 지도부와 당직자,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회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은 4·10 총선 승리를 시대적 소명으로 규정하고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문 대통령은 ‘친명·친문 프레임이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고,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총선 승리에 힘쓸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단결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다. 자유와 통합의 큰 길을 가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의 단합과 단결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면 당 지도부가 나서서 설득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문 진영도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이날에도 “여당이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최고위원은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본선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친명이든 비명이든 누가 됐든 간에 다 전진 배치해 한다”며 “지금은 계파를 뛰어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덧셈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패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친명의 퇴출 명분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대선백서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제가 알기로는 지난 대선 이후에 제대로 된 평가와 토론이 없었다”며 문 정부 책임론은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이라고 따졌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도 전날 “대선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려면 대선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백서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일이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게 되면 또 다른 논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친명 지도부는 문 정부 출신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서는 서울 지역구 공천 가능성을 열어두며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 선두에 섰던 만큼 ‘윤석열 아바타 대 저격수’ 구도를 만들 수 있고, 전 전 위원장은 윤 정권 감사원의 정치적 표적 감사 대상이 됐기 때문에 심판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당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재명 대표가 양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용광로 단결을 이야기했는데 그다음 날 바로 다른 메시지가 나온다”며 “당의 단합과 단결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면 이 대표가 나서서 설득하고 정리해야 또 침묵하고 묵인하고 있어 걱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