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부활절을 맞아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충돌했다. 올해 부활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포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Transgender Day of Visibility)’과 겹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와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념일 선포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 보도했다.
부활절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나서 돌아오는 일요일이므로 날짜가 유동적이다.
반면 트랜스젠더의 날은 매년 3월 31일로 고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날을 공인하는 선포문을 2021년 처음 발표했으며 지난 29일에도 ‘2024 트랜스젠더의 날’ 선포문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포문에서 “모든 미국인이 우리와 함께 우리나라 전역 트랜스젠더들의 삶과 목소리를 높이는 데 동참하고 성 정체성에 기반한 폭력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종교 문제에 둔감하다고 공격했고 공화당도 이에 합세했다.
캐롤린 레빗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부활절인 일요일에 트랜스젠더의 날을 선포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내일이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단 하나의 기념일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 전역의 수백 만 명의 가톨릭 신자와 기독교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자신에 종교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고 매주 주말 미사에 참석한다. 그는 역대 미 대통령 중 두 번째 가톨릭 신자다.
그러나 그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고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해 미국 내 보수파 기독교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바이든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선포문 발표를 비판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바이든의 백악관은 부활절의 교리를 배반했다”며 “이번 결정은 터무니없고 혐오스럽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잔인하고, 부정직하고, 악의 찬 발언으로 미국을 분열시키고 약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츠 대변인은 “부활절을 가족과 함께 기념하는 기독교인으로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들을 단합하고, 미국인들이 존엄과 자유를 보장받는 것을 지지한다”며 “그는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앙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