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특검 출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수사기관의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출범을 해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국무회의에서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못지 않게 공소 유지도 중요하고, 군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공판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이첩을 받을 수 있다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검법도 여당의 요구로 수사 대상에 외환 행위, 내란 선전·선동죄를 빼고 특검 후보 추천 권한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했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계엄 선포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10여 명의 관계자가 기소된 상황에서 파견검사와 공무원, 수사관 등 대거 인력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특검이 도입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헌법의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특검이 가동되더라도 내란 혐의로 이중 기소는 불가능하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을 한 경우는 많다”며 “사건에 대한 전체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를 (특검에) 한 번에 맡겨야 독립적으로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존 처리 시한(2월2일) 내 특검 공포가 물건너가면서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2월 말을 넘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특별검사는 임명된 날부터 20일간 사무실 마련 등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일정과 겹치는 점도 문제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은 지난 14일부터 매주 2회씩 열린다. 다음달 5일부터는 종일 진행되는데 이와 같은 추세라면 이르면 2월 말에서 3월 초엔 심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수사 과정에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고 수사하는 지위에 있지만, 재판 절차에 들어가면 검사와 피고인은 재판장의 지휘 아래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가 된다”며 “이미 기소가 된 만큼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외환죄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에서 특검법상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조항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단계에서 막힌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 등도 대통령경호처에서 ‘군사상 비밀 장소’를 이유로 강하게 저지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단 지적이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을 수사하던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를 근거로 거부당한 바 있다.
다만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출범은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를 들어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이 내란죄 공범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수사 과정에서) 추가할 수 있다”며 “공정한 수사를 생각한다면 특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