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에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모든 사람들의 말은 하나였는데 사람들이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하고자 탑을 높게 쌓아 하늘 끝에 닿아보려고 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사람들의 말을 여러 개로 갈라놓아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게 해 작업을 할 수 없게하고 바벨탑도 부숴 버렸다. 그 후로 사람들의 언어는 서로 다르게 되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원래 돈도 하나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여 하늘의 권위에 도전하려 하자 하늘이 노하여 돈을 제각기 흩어지게 해서 서로 유통을 어렵게 하여 오늘의 여러 화폐가 생겼났다는 거다.
그러자 사람들은 또 다시 돈을 하나로 만들고자 했다. 해서 유럽의 통합화폐, 유로화가 그 시작였던 셈이다. 서로의 말을 이해하면 의사소통이 편리한 것처럼 서로의 돈으로도 소통이 원활하면 유리하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 닮았다.
허나 언어 다음으로 절대적인 힘이 된 돈은 마치 이승을 다스리는 존재같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돈은 질투도 심해 귀신도 부리고 저승에서조차 필요하다고 해서 죽은 사람의 관에 저승 돈을 넣어 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명부화폐(冥府貨幣)다.
이렇듯 이승저승 어디서도 조화를 부린다는 돈과 함께 우리는 오늘날 황금만능의 물질시대에 살면서 돈 때문에 울고 웃곤 한다. 그러고 보니 일찌기 셰익스피어가 ‘번쩍거리는 금은 창녀를 귀부인으로 만들고, 노파를 젊은 여자로 바뀌게 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듯 싶다.
그런 돈들이니 사연도 많게 마련이다. 세계 최고가의 화폐는 터키(튀르키예)에서 발행했던 200만 리라인데 미화 14달러 정도로 사용이 안되고 있고, 미국도 결재목적으로 100,000달러를 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2달러 짜리 같은 귀여운 돈도 있다. 이 지페는 미 서부시대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 긴 여정에서 오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둘을 의미하는 2자를 간직하는 관습이 생겼다고 하는데, 영화 ‘상류사회’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프랑크 시나트라로부터 2달러 지폐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의 왕비가 되자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한다.
아무튼 돈은 그 액면가 크기 뿐 아니라 앞뒷면에 넣는 소재나 무늬도 각양각색이다. 대개는 어느 나라건 주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그려 넣지만 동물이나 상징적 물건을 넣기도 하는데 심지어 BC 300년 전의 유물에서는 치과에서 쓰는 발치감자가 새겨진 동전이 나온 적도 있었다.
헌데 앞면에 토마스 제퍼슨의 초상화가 있어서 ‘톰(Tom)’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화 2달러 지폐 뒷면에는 미 역사상 매우 상징적인 장면을 묘사한 유명한 그림이 들어있다. 존 트럼불이 그린 ‘독립선언서 서명’인데 독립선언서의 실제 서명이 아닌 1776년 6월 28일, 독립선언서 초안을 대륙회의에 제출하는 장면이다.
원래의 이 그림은 대형 유화로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 걸려 있는 것을 지폐에 옮겨 실은 건데 실제 그림 속의 56명 서명자 중 42명만이 들어가 있고 이 그림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과 루머도 따르지만 미국 건국의 이상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한 대표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해서 미 재무부는 1976년 독립 200주년을 맞이해 단순한 화폐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미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모습으로서 이를 선택했다고 하니,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미국의 건국 정신과 가치, 정치적 긴장과 이상, 희망 그리고 합의에 이르는 여정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 국가 정체성을 표현하려한 작가의 숨은 노력대로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은 독립 249주년 기념일이었다. ‘God bless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