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감세안이 저소득 가구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계 조작 의혹을 제시하며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BLS) 국장 해고를 지시한 후 나온 것으로, 미국 경제 데이터의 신뢰가 훼손될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부각돼 더욱 주목받는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년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 들어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됐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주당 약 806달러(약 111만5000원) 이하를 버는 최하위 25%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2022년 말 7.5%에서 올해 6월 3.7%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5% 노동자는 4.7%, 전체 노동자는 4.3%의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위 25% 노동자의 주당 임금은 1887달러(약 261만원) 이상이었다.
구인 광고 분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법률·마케팅·공학 등 고임금 직종의 임금은 상승한 반면, 운전과 물류 등 저임금 직종은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시장 악화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책연구소의 노동시장 전문가 엘리스 굴드는 “그들이 협상력을 가지려면 구인난 상황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의 코리 스탈 연구원은 “중위소득은 여전히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이미 최저임금 수준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구매력을 가장 많이 잃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안긴다고 우려한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가 단기적으로 최저 소득 10%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3%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한 반면, 상위 10% 가구는 단기 타격이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법안 역시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의회예산국(CBO) 분석에 따르면 감세법안은 하위 10% 소득자의 연간 가처분 자원을 1600달러(약 221만원) 줄이는 반면, 상위 10%의 소득은 1만2000달러(약 1661만원) 늘린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1기 때 도입된 세금 감면을 영구 연장하는 동시에 메디케이드와 식품 지원의 접근성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서 ‘미국 우선’ 경제 의제로 노동계층 번영과 수십 년 만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 완화를 이끌었다”며 “이번에도 규제 완화, 공정무역, 감세를 더 큰 규모로 추진하고 있고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 노동부가 고용시장 지표가 악화됐다는 7월 고용보고서를 공개하자 몇 시간 후 BLS 국장을 해고했다. BLS는 전 세계 자산 수조 달러의 가격 책정 근거가 되는 노동시장 및 물가 데이터를 산출하는 핵심 기관으로, 이번 해임은 전례 없는 정부의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보다 7만3000개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10만 개에 크게 못 미쳤다. 실업률은 4.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올랐다. 또 노동부는 앞서 발표했던 5~6월 고용 증가 폭을 각각 12만5000개, 13만3000개씩 대폭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