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최종 경고에 의미가 있는가’ 제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푸틴에게 엄포를 놓는 일은 오바마의 ‘시리아 패착’을 연상시킨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민주당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인 2012년 바샤르 알아사드 당시 시리아 대통령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개입을 경고했다.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결국 화학무기 공격이 이뤄졌음에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실제 개입을 주저했고, 시리아 반군을 약화하는 한편 러시아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린폴리시는 당시 “푸틴은 기회를 포착했고 시리아 반군을 분쇄에 자국의 군사력을 사용했다”라며 이로써 중동에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이 반군의 공백을 채우며 득세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종전 추진 과정에서 러시아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입장을 선회한 모습이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는 취임 초기 러시아 편애에서 상당히 멀어졌다”라며 “푸틴에 대한 인내심이 고갈됐으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비용으로 미국 고성능 무기를 얻는 데 만족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최후통첩 시한인 8월8일 이후 실제 조치에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포린폴리시는 전문가를 인용, “트럼프가 러시아를 충분히 응징할지에는 깊은 회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애틀랜틱카운슬 소속 마이클 보셔르키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전력을 다해 푸틴을 응징할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라며 중국이나 인도를 상대로 러시아 원유 수입에 대한 100% 세컨더리 관세를 매길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보셔르키우 연구원은 “만약 그(트럼프)가 겁을 먹고 물러난다면 레드라인은 흐릿해지거나 점선으로 변할 것”이라며 “푸틴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오히려 공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도 포린폴리시에 “매번 트럼프가 겁먹고 물러날 때마다 그들(러시아)은 더 많은 민간인을 폭격했다”라며 “(미국의) 약한 대응 이후에는 대량의 샤헤드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대러 투자가이자 자본가인 빌 브로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라는 청신호를 받을 것”이라며 “서방이 결국 지치리라는 그(푸틴)의 믿음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포린폴리시는 “명확한 데드라인 설정으로 트럼프는 최종 경고를 했다”라며 이후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이 따르지 않는다면 “오바마가 2013년에 그랬듯 푸틴에게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