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권 의원과 중간전달책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한 총재까지 모두 구속되면서 특검의 통일교 ‘정교 유착’ 의혹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통일교 교인의 국민의힘 11만명 당원 가입, 통일교의 국민의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유착 관계를 집중 조사해 사실 규명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발부했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 총재는 심문을 받은 후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용될 예정이다.
특검은 통일교가 자금과 교인들을 동원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선과 대선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배경에 한 총재가 있다고 본다. 한 총재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윤 전 세계본부장은 이미 구속기소 됐으며, 권 의원 또한 구속된 상황이다.
한 총재는 지난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권 의원에게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고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한 총재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31일 통일교 예배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첫 입장을 내고, “불법적인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에게 전달할 선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한 총재의 승인으로 통일교 자금을 썼다고 보고 업무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또 한 총재는 과거 자신과 통일교 관계자들의 원정 도박 의혹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했다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권 의원은 2022년 10월 한 총재 측에 수사 정보를 흘린 당사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고 있다.
한 총재는 앞서 특검의 세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으로 지목된 권 의원이 구속되자 일방적으로 자진 출석 일자를 통보하고 특검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태도가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한 총재의 혐의를 보강 수사하는 동시에 통일교와 정치권 간 ‘정교유착’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통일교가 지난 2022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이듬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 의원들의 당 대표 당선을 돕기 위해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당원으로 가입시켰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앞선 통일교 압수수색에서 교인 명부 120만명을 확보했는데,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당원 명부와 이를 대조하고 일치하는 명단을 추출했다고 전해진다. 규모는 1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후 이르면 이번주부터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