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순찰대(USBP),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법집행 기관을 투입해 반(反)이민 강경 단속을 벌여온 미네소타주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다.
미국 시민인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를 ‘총기 소지’를 이유로 사살하면서 전통적 보수층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사망한 피해자가 먼저 위협했다는 초기 주장도 사실상 깨지면서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차르’로 불리는 최측근 참모 톰 호먼을 미네소타로 급파하고 그레고리 보비노 USBP 대장을 철수시키기로 하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태 책임을 돌리며 강하게 비난해온 민주당 소속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과도 직접 통화한 뒤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스티븐 밀러 부(副)비서실장이 프레티를 ‘테러리스트’ 등으로 비난한 데 대해서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은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의 트럼프 대통령 고문은 NBC에 “대통령이 우려하고 있다. 이민 단속은 여전히 행정부 최우선 과제지만, 프레티 사망은 최초로 향후 방향을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정권서 ‘총기소지’ 이유 사살 충격파…공화당내 트럼프 비판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국정 운영에 필요한 공화당 내 지지기반이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 사살 논란을 기점으로 빠르게 좁아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힐은 “지난 1년간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강세 도시에 연방 법집행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거의 전적으로 지지해왔으나, USBP가 미국 시민인 간호사를 사살한 사건은 초당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공화당 내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앤드루 가바리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뉴욕)은 “의회는 법집행 인력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ICE·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연방 이민단속 기관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랜드 폴 상원 국토안보위원장도 내달 12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특히 그레고리 보비노 USBP 대장의 “폭동을 일으키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법집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수정헌법 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발언 논란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며,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시민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근거로, 미국의 전통적 보수층이 매우 중요시하는 조항이다.
진보 진영이 총기 규제를 추진하면 보수 진영이 헌법을 내세우며 반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도인데, 보수 정권인 트럼프 행정부가 총기 소지를 이유로 시민을 사살하면서 보수층이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총기 소지는 처형 사유가 아니라 신이 부여하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법집행 기관이나 행정부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고,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도 “나는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한다. 여러분은 무장하고 공공장소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톰 호먼 급파를 “긴장을 완화하고 미네소타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프레티가 먼저 살해기도’ 주장 무너져…바디캠 존재도 확인
사망한 프레티가 먼저 USBP 요원들을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총격을 가했다는 취지의 트럼프 행정부 초기 입장도 사실상 깨진 상태다.
보비노 USBP 대장은 사건 직후 “그는 권총을 들고 요원들에게 접근했고, 법집행 기관을 학살(massacre)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USBP를 통제하는 놈 장관도 “그는 9㎜ 반자동 권총을 들고 국경순찰대에 접근했고, 요원들이 무장을 해제하려고 하자 격렬히 저항했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한 목격자 촬영 영상을 보면 프레티는 쓰러진 시민을 맨손으로 돕다가 다수의 요원에게 제압된 뒤 곧바로 사살됐다. 트럼프 행정부 발표와 달리 총기를 직접 꺼내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다.
CBS는 익명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영상과 증언으로 직접적으로 반박되는 고위직들 발언에 대한 국토안보부 내 우려와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26일 NBC에 따르면 USBP 요원들은 총격 당시 신체에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목격자 촬영 영상이 원거리에서 촬영된 점을 이용해 프레티가 먼저 위협을 가했다는 주장을 펼쳐온 것으로 보이는데, 근접 영상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확한 상황이 찍힌 현장 영상을 확인한 뒤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 프레티를 ‘총잡이(gunman)’로 지칭하며 USBP를 옹호했으나, 25일 WSJ 인터뷰에서는 ‘연방 요원의 총격은 정당했나’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 중이며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답변을 갈음했다. 놈 장관도 “모든 영상과 정황을 분석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