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0도에 근접한 영국의 기록적 폭염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659년 이래 최고 기온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더운 열기에 활주로가 부풀고, 철도 선로가 뒤틀리는 등 영국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영국의 일반 가정에는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18일 섭씨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영국 기상청의 예보는 1659년 기상관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363년만에 처음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의 공식 최고 기온은 2019년 7월25일 케임브리지 식물원에서 기록된 38.7도다. 하지만 지역별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면서 공식 최고 기록이 새롭게 작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전날 잉글랜드 전역에 폭염 최고 경보인 ‘4단계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례적으로 낮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조치다.
영국 기상청의 페넬로피 엔더스비는 이날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9일 기온이 40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41도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온이 43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WP는 “현존하는 영국인들과 그의 증조부까지도 해외여행을 하지 않고서는 40도를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빅토리아 여왕, 찰스 다윈도 40도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1660년대부터 월간 최고·최저 온도 평균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과거 기록을 들춰봐도 현재 40도에 육박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WP보도 취지다.
마크 매카시 영국 기상청 국립기후정보센터 매니저는 기상청 계측기로 측정을 시작한 기온 기록 역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적어도 1850년대 중반까지 40도의 기록을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옥스포드 대학의 지구과학 교수 마일스 알렌 교수도 “1850년대 이후 섭씨 40도가 됐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례없는 폭염에 영국 사회가 대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It is so hot in London the train tracks are bursting into flames. One spark ignited these tracks due to the extreme heat. #ClimateCrisis #ClimateChangeIsReal #ThereIsNoPlanetB #TheEarthIsOnFire pic.twitter.com/fSHF1q5i5H
— MyCatHatesTrump (@MyCatHatesTrump) July 17, 2022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근교의 루턴 공항은 한때 이상 고온에 활주로가 부풀어 오르면서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런던을 지나는 철도 선로에 폭염에 따른 뒤틀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은 안전상의 이유로 열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거나 일부 노선 운행을 취소했다.
영국 공군도 활주로 이상에 따른 예방적 조치로 런던 인근 공군기지를 이착륙하는 전투기들을 다른 지역 기지로 우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영국은 7월 평균 기온이 20도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여름이 서늘했던 탓에 갑자기 닥친 폭염에 일반 대중들의 일상 생활 모습도 바뀌고 있다.
NY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당분간 가급적 재택근무를 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영국 가정에 에어컨이 설치된 경우가 드물어 무더위를 인내하고 재택근무를 할 것인지, 찜통 더위 속 대중교통을 뚫고 냉방이 되는 사무실로 출근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런던 지하철도 대부분 노선에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이용객들이 찜통 더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런던 시민들은 지하철 대신 비교적 냉방 여건이 잘 갖춰진 버스로 환승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례없는 폭염에 런던의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영박물관 전시실도 폐쇄됐으며 버킹엄궁 경비병의 교대 근무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