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으로 부심하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결국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해 오는 30일로 만료되는 총재 임기에 맞춰 사실상 총리직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특히 그는 지난 2일 자민당 본부에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 회담하며 총재 선거 입후보할 생각을 전달했다. 니카이 간사장의 주변에서는 “(스가) 총리가 의욕이 넘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민당에 출마를 표명한지 하루 만에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가 왜 불출마하게 됐나 살펴봤다.
3일 NHK,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3일 오전 11시 반부터 시작된 집권 자민당 임시 임원회의에서 총재 선거 입후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7일 고시, 29일 투·개표 된다.
NHK는 “이달 말 총재 임기 만료에 따라 총리를 사임할 의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자민당 임시 임원회의는 약 10분 만에 끝났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오는 6일 실시하려던 자민당 간부 인사도 실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시사했다.
이후 스가 총리는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총리 관저로 복귀했다. 이 때 기자들이 관련 질의를 하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지지율 추락으로 고전해왔다. 도쿄올림픽 개최 성공 성과를 지지율로 연결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높은 지지율을 발판 삼아 9월 중의원 선거를 실시해 그 기세로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실패했다. 올림픽 후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8월에 감염력이 강한 델타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다시 폭증했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8월 하순 주변에 “정말 8월에는 (감염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작년엔 스가 지지했는데…주요 파벌들 지지않고 ‘눈치’
저조한 지지율과 당내 반발에 작년에 스가 총리를 지지했던 파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주요 파벌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중의원 선거 등 총선을 앞두고 스가 총리에 대한 3선 이하 젊은 의원들의 불만이 커서 파벌 내 입장 정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민당 중의원 의원의 절반이 이런 젊은 의원들이다.
스가 총리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96명)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제2 파벌인 아소(麻生)파(53명)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지를 받았다.
다른 유력 후보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조회장 보다는 선거에서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무파벌인 스가 총리는 주요 파벌의 지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자민당 주요 7개 파벌 가운데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를 지지했던 5개 파벌 중 이시하라(石原)파만이 스가 총리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 2일 열린 니카이 간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니카이파(47명) 회의가 열렸다. 니카이 간사장의 교체가 화두에 올랐다. 하지만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니카이 간사장은 총재 선거를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니카이 간사장은 파벌 차원에서 스가 총리 지지를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으나 지난주 파벌 회의에서는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이견이 속출했다. 니카이파 중견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자율 투표가 되는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타(竹下)파(52명) 등 주요 파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벌의 수장들은 모두 스가 총리 지지에 나섰으나 파벌 전체 대응은 정해지지 않았다.
호소다파는 지난달 31일 간부 모임을 가졌으나 총재 선거 대응을 보류했다. 아소 부총리도 파벌 입장을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3선 이하 젊은 의원 층의 반발이 배경이다. 호소다파, 아소파에서는 이들의 비율이 40%를 넘어 무시할 수 없다. 선거 기반이 취약해 자민당 자체 지지율에 의존하는 의원들도 많아 스가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따라서 파벌 간부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파벌로 (표를) 억제하는게 무리다”라는 의견도 새어 나왔다.
텃밭도 외면, 내각서도 ‘이탈자’ 발생
스가 총리는 텃밭에서 조차 외면을 받았다.
아사히에 따르면 자민당 가나가와(神奈川)현 연합의 도이 류스케(土井隆典) 간사장은 지난 2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둘러싼 회의 후 기자들에게 스가 총리와 관련 “어떻게든 지지하고 싶은 기분도 있으나, 눈 앞의 중의원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 당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으로서는 특별히 스가 총리를 (총재로) 부탁하겠다는 응원을 할 생각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가나가와현은 스가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다. 스가 총리는 가나가와 2구의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8선이다. 당선 지역에서조차 지지율 추락 영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내각 각료 중 ‘이탈자’도 나왔다.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 디지털상은 지난 1일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하겠다고 표명했다. 스가 내각 장관 중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기시다파 소속으로 작년 총재 선거에서도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쇄신 방안’은 ‘치명상’으로
스가 총리는 자민당의 쇄신을 내세워 간부 인사를 오는 6일 실시할 예정이었다. 5년 이상 간사장을 역임한 니카이 등을 교체하고 당내 지지를 높이고 간부로 지명도 높은 의원을 앉혀 여론에 홍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자민당 내 반응은 싸늘했다. 낮은 지지율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기도 어려운데, 인사를 실시하려 해서다.
만일 스가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하고 새로운 총리가 탄생할 경우, 어차피 새로운 자민당 인사가 실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총리가 임명하는 간사장직을 수용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닛케이는 결국 “온갖 계책이 다 떨어진 스가 총리에게 남겨진 것은 불출마·퇴진이라는 길 이외에는 없었다”고 분석했다.<뉴시스>